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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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 몇 권을 읽었는데, 많이 언급되는 책 중 하나가 <이기적 유전자>였어요. 궁금했어요. 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인지도요.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출판한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이 당시 지식 사회에 끼친 영향은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했을 때와 비슷했다고 해요. 호의적인 평도 많았지만, 극단주의라는 평도 있었다고 해요.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다윈의 이론이지만, 도킨스는 다윈이 택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했어요. 개개의 생물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연을 유전자의 눈으로 본다면 어떨지 설명해요.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힘을 가진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어요. 이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것들은 절멸하지 않고 생존 기술의 명수가 됐어요. 그것들은 아주 오래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거대한 군체 속에 떼 지어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어요. 그것들은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해요.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어요. 그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를 알게 해 주는 유일한 이유에요.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예요.


저자는 이야기해요. '우리는 생존 기계다. 즉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다.' 여기서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포함해요.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에요.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단위는 A, T, C, G 네 종류밖에 없어요. 이 점은 모든 동식물에서 동일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연결되는 순서예요. 그렇기에 예로부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며 우월감에 취해 있던 것은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돼요. 어떤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침팬지와 인간, 도마뱀과 곰팡이, 우리 모두는 대략 30억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쳐 진화해 왔어요. 자연선택은 무작위적이 아닌 차등적인 유전자의 번식을 말해요. 자연선택의 결과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되었으며, 우리가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자연선택이에요.


유전자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윌리엄스의 정의를 사용해요.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예요. 자연선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수, 다산, 복제의 정확성이 요구돼요. 유전자는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제어 과정은 일방통행이에요. 즉, 일생 동안 아무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을지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아요. 새로운 세대는 무에서 시작해요.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에요.


유전자는 선견지명이 없어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어요. 유전자는 그저 존재할 뿐이에요. 어떤 유전자가 다른 것보다 많을 뿐, 그게 전부예요. 이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어요.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뿐 아니라 세대 간,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어요.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이며,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고 있어요. 동물의 이기적 행동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에요.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이란 불확실해요. 생존 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에요. 따라서 유전자는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아요. 이 과정에서 의식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뇌는 생존 기계의 일상 생활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도 있어요.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어요. 그러니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은 맹목적으로 유전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고 반역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돼요. 도킨스는 인간의 특유한 문화 속에 모방의 단위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밈(meme)'이라고 정의했어요.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 되는 거예요. 밈은 자기 복제를 하여 널리 전파되고 진화해요. 그래서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하게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면서도 매우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돼요.


책을 다 읽긴 했는데 정리가 잘되지 않았어요.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기엔 제 능력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맴돌던 질문이 있어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라는 거예요. 이 책을 읽고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이 많다고 하죠. 인간이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기계일 뿐이라면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처음엔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학서들을 읽으면 제가 지금까지 해오던 고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똑같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나아가면 어차피 죽을 텐데 열심히 살 필요가 뭐 있을까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팩트는 팩트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이후의 의미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각자 몫인 거죠. 이 책을 읽고 허무주의에 빠지든, 내 자유의지가 있으니, 유전자가 하라는 대로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든 말이에요. 과학서 몇 권을 읽으면서 '창발'이라는 개념이 꽤 나오던데, 원래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이 생기는 거잖아요. 똑같은 유전자의 조합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어떻게 배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괏값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가끔 힘들 때는 꼭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조금은 느슨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아요.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면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거죠. 어쩌면 유한한 인생이기에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유전자는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살아남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누구든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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