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부터 책을 꽤 읽었어요. 아마 답을 얻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아쉬운 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서 어떤 문제로 고민했는지, 답은 찾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3년 전부터 나름 리뷰를 남기고 있어요. 점점 기록이 쌓이면서 궁금해지더라고요. 지금 느꼈던 이 감정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떻게 다가올지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시대도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책들을 다시 펴보면서 시작되었어요. <죄와 벌>부터 새로이 보충한 <자유론까지> 총 15권의 책에 관해 이야기해요.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설정한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1860년대 제정러시아였어요. 책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건강하지 않지만 악한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그들 모두 말할 수 없이 가난해요. 그런 가운데 반듯한 가치관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는 두 여인 두냐와 소냐. 작가는 두 여인의 모습을 통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즉 수없이 많은 소냐와 두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요.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면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니,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루자고요.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의문에 사로잡혔대요. '어째서 착한 사람들이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할까?' '인간 사회는 이러한 부조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특히 1970년대 후반 대한민국과 소설 속에 나오는 1860년대 제정러시아의 모습이 비슷했대요. 어쩌면 지금도 그런지 몰라요. 지금은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졌으니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있고, 그들의 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해요. 가난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모두가 잘사는 사회가 아닐까요.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광장』은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압축한 역사소설이며, 전쟁의 포연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간절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월북한 공산주의자의 아들이란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부당하고 불법적인 학대를 당한 대학생 이명준. 인권이 짓밟히고 부정부패가 넘치는 남의 현실에 절망감과 두려움을 느껴 북으로 가요. 하지만 북에서도 절망에 빠져요. 권력을 독점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독재국가였으니까요. 주인공은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 때 중립국을 선택해요. 그러나 인도로 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요. 작가 최인훈은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어요. 이명준과는 반대로 한국전쟁이 터진 1950년 북에서 남으로 왔어요. 소련 군대가 점령한 삼팔선 이북 지역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했어요. 

 

한국전쟁이 휴전에 들어가고, 세계적 냉전 체제가 들어섰어요.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경쟁이 진행되었어요. 그 당시 들어선 정권들은 이를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폭력으로 탄압하고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 의식을 세뇌하고 지배하려 했어요. 아마 남과 북, 모두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거기다 사랑하는 여인과 딸이 전쟁에서 죽었기에 이명준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1979년에 『자유론』을 처음 읽었을 때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저자. 그러나 시간이 지나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인생 책으로 꼽게 됐대요. 『자유론』은 시민과 국가의 관계, 즉 시민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되고, 국가의 간섭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어요. 밀의 주장을 정리하면, '시민으로서 개인은 무한한 자유를 갖는다. 단,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국가는 그러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 다만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에 간섭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과 능력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국가가 지신의 목적을 위해 개인을 억압할 때는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제한되어야 한다.' 19세기에 쓰인 책이 21세기인 지금도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좋은 책이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인류가 밀이 밝힌 단순한 진리를 완전히 실현한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책을 찾지 않겠죠. 아직 그런 사회가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읽히는 책이고요. 

 

19세기 영국의 가장 진보적이고 르네상스적인 지성인이라 평가받는 밀도 비판받는 부분이 있어요.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이 없었고 유럽 밖의 세계를 존중하지 않았어요. 귀족주의 또는 엘리트주의도 있어요. 밀은 자신의 시대와 환경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지만, 저자는 밀의 사람됨과 철학을 좋아한대요. 주어진 한계를 초월하지 못했을지라도 그는 원하는 삶을 옳다는 방식으로 살았으니까요. 그의 책에서 쓴 내용처럼요.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P. 321)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데 제 한계가 보였어요. 저자의 그릇을 담기엔 한참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 생각을 남겨보려 합니다. 저자가 소개한 15권의 책 중 제가 읽은 건 <죄와 벌>밖에 없어요. 그동안 책을 읽는다고 읽어 왔는데 편식이 심했네요.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잔뜩 늘었어요. 몇몇 책은 저자의 소개만으로도 충분했지만요. 책을 하나씩 읽으면서 리뷰를 남기고 시간이 꽤 흐른 후 다시 읽고 리뷰를 쓴다면, 그동안 생각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책을 제대로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요. 특히 고전을 읽을 때는 저자가 책을 쓴 배경을 아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걸 제대로 모르면 저자가 숨겨놓은 이야기를 알지 못해서 수박 겉핥기가 되더라고요. 이전까지 책을 그렇게 읽어서 남는 게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문장이 기억에 남지만 <자유론>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쓴 글이 제일 마음을 울렸어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믿는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전제되어야겠죠. 내 자유를 위한답시고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내가 소중하면 타인도 소중함을 명심하고, 내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인생의 마지막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더욱 제대로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