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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학창 시절 화학 시간, 주기율표를 외웠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순서 매겨져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에 그 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에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많이 흘러 이 세계를 구성하는 것들은 결국 원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저자는 이 책에서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 원소 다섯 가지에 관해 이야기해요. '가장 중요한 다섯 개 원소'라는 연결 고리를 이용해 장마다 하나의 원소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원소와 인류 문명에 관한 이야기를 연결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원소 주기성의 법칙이 발견되는 과정을 설명해요. 이 책에서 다루는 원소 다섯 개는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각각 인류의 역사적 발전 단계, 곧 야만에서 미래 문명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상징하며 인류의 발전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재현하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원소는 모두 118가지에요. 119번째 원소를 발견하고자 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어요. 지난 수천 만 년 동안 인류는 야만적인 황금 약탈의 시대를 지나 구리와 주석이 만나 찬란히 빛났던 청동기시대를 지났어요. 1만 년 동안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한, 지금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규소가 남긴 기록을 읽고,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 여겨져 줄여야 하지만 이미 길들어 버려 버리지 못하는 고탄소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최강의 금석 타이타늄이 선사할 미래를 상상하며 꿈꾸고 있어요.
주기율표 79번인 금. 고대 이집트는 6,000여 년 전부터 금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수메르인도 최소 5,000여 년 전부터 능숙하게 금을 가공했다고 해요. 그만큼 금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어요. 왜 인류는 그렇게 금을 좋아하는 걸까요? 자연계에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 않은 유리금, 덩어리 형태로 존재하는 금이 있기에 인류는 여러 금속 중 금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사용했어요. 게다가 금은 매우 안정된 원소로 잘 산화하지 않고 산과 염기에도 잘 부식되지 않아요. 금은 본래 불가시광선 영역의 단파에서 일어나야 할 전자 전이가 가시광선 영역의 푸른색 광파에서 일어나고 여러 금속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푸른색 빛을 흡수한 뒤 그 보색인 황금색을 반사하기에 색깔 또한 다른 금속과 달라요.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탐험할 때, "금을 가지면 영혼까지도 천국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그만큼 그 당시 에스파냐인들은 금에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였어요. 그중에 피사로는 가장 전설적인 황금 사냥꾼이에요. 그는 금을 얻기 위해 한때 동료였던 발보아도 해치고, 황금의 나라 잉카 제국도 정복했어요. 피사로는 많은 황금으로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되었지만, 그 또한 금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어요. 수십 년에 걸쳐 알마그로와 싸우면서 결국 죽임을 당했거든요.
지금은 돌을 금으로 변신시킨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만,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연금술'을 꿈꿨죠. 순도 높은 금을 얻게 해주는 요즘 기술은 대부분 맹독성 사이안화물을 사용해요. 광석을 물, 수용액 등과 반등시켜 금속 또는 금속화합물을 얻는 이 기술은 '습식제련'이라고 불리는데, 이 방법은 20세기 들어서야 겨우 실용화되었어요. 요즘에도 금은 인기가 많아요. 장신구 재료로 쓰이고, 투자 상품으로도 쓰여요. 스마트폰 인쇄 회로 기관에 도금이 필요하고, 스마트폰도 금으로 만들고, 금이 쉽게 썩거나 부식되지 않아 과학자들의 실험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인류에게 금은 문명을 창조하도록 영감을 주고 함께 역사를 써 내려온 원자이자,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화폐이고 부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해요. 또 인간의 목과 팔을 아름답게 장식하면서도 생태계와 환경을 위협하는 원소이자, 첨단산업의 총아이고 과학 연구의 단골손님이에요. 지난 수천 년 동안 금은 꿋꿋이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았어요. 야만성과 탐욕은 금 앞에서 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본성을 드러냈지만, 그 횡포 속에서 문명과 번영이 싹텄어요.
원자번호 6번인 탄소. 탄소는 지구상에서 풍부하기는커녕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원소지만, 화학적 성질이 특수하기 때문에 상대 원자 질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었어요. 탄소 원자의 핵 바깥에 있는 전자 네 개는 화학 결합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들 덕분에 탄소 원자는 다양한 성질의 분자를 만들 수 있어요. 게다가 안정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기본 뼈대를 무한대로 늘려서 거대한 유기물을 만들 수 있어요.
인류는 꾸준히 섬유 소재를 개발하면서 고탄소 섬유로 만든 의류에 길들어 합성 섬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고, 단맛을 느낄 때 도파민이 분비되기에 본능적으로 단맛을 찾았어요. 싸고 효율적인 단맛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고탄소 생활은 재앙을 불러일으켰어요. 1952년 12월 5일, 엄청난 규모의 검은 안개가 런던에 내려앉았어요. 이 검은 안개는 석탄을 태우면서 시작된 산업 공해가 만든 스모그로 독성 가스였어요. 이로 인해 최소 6,000명이 죽었고, 한 달간 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탄소 생활 양식은 탐욕적이고 방탕해요. 지구상의 각종 원소는 모두 유한하며, 공기의 용량도 유한해요. 따라서 우리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지구를 속속들이 개발하고, 우리 마음대로 폐기물을 공기 중에 배출해서는 안 돼요.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홍수,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탄소를 부르짖다가도 경제가 나쁘면 다시 석탄을 때고 있으니까요. 어떤 것이 인류의 지속성을 위하는 것인지 행동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보이지도 않는 원소가 인류와 함께 어떻게 발전했는지 읽는 내내 흥미로웠어요. 인문학적 이야기와 과학 지식이 버무려져서 한 권의 책으로 많은 것을 알았고요. 근대 화학은 200여 년 전에 탄생했고 물질을 원자 차원에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인류는 많은 것을 알아냈고 지금도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연구 중이에요. 모든 발전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혜안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람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것이 오늘날 인류에게 오히려 위협을 가하는 것을 보면,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예전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이미 이 생활에 적응해 버렸으니까요. 그렇다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5개 원소의 세계사에 대해 궁금한 분, 교양으로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