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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20년 8월
평점 :
1932년 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1949년 출판된 조지 오웰의 <1984>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손꼽혀요. 두 작품 모두 권위적인 정부의 통제 아래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당시 초강대국이 세계를 재편하며 지배하던 시대 배경에 영향을 받은 저자들에게 미래상은 낙관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조지 오웰은 1943년 12월에 있었던 테헤란 회담의 경과를 보면서 세계가 초강대국의 영향권 아래 있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고 해요. <동물 농장>처럼 이 소설의 배경 역시 스탈린 시대의 소련이에요. 하지만 조지 오웰이 공산주의만을 반대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는 나치, 파시즘과 함께 전체주의 전체를 비판한 것으로 평가돼요.
소설의 배경은 1984년 영국이에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로 나누어진 세계는 항상 전쟁 중인데, 영국은 오세아니아의 하나의 주예요. 이곳은 지배자 '빅 브라더', 내부 당원, 외부 당원, 프롤레타리아로 철저하게 계급이 나누어져 있어요.
어딜 가나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빅 브라더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고안된 포스터가 있어요.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인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도 잘 보이는 곳에 쓰여 있고요. 지배자 '빅 브라더'의 명령 아래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식별하는 '사상경찰'이 존재하고, '텔레스크린'을 통해 전체주의 사상을 주입하면서 한편으론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요.
윈스턴은 정부 조직 중 하나인 진리부 기록국에서 기록 조작을 담당해요. 모든 역사는 당의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다시 고쳐 쓰여졌어요. 과거는 지워지고, 지워졌다는 사실마저 잊히고 거짓은 진실이 되었지요. 이에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어 말살시켰는데, 이를 '현실 제어',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불러요. '신어'라는 것은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를 줄이고 언어의 활용규칙 또한 단순화시켜 의문을 갖게 하는 언어 자체를 없애 개인들이 당의 방침에 의구심을 갖지 못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사고의 폭을 제한하여 생각의 자유마저 없애려고 하는 것이 당의 목표죠. 윈스턴은 자신이 기억하는 진실과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로 조작된 사실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하며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이 옳은 것인지 의구심을 가져요.
"과거는 변질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변질될 것이다. 악몽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는 것은 왜 이런 사기 행위가 행해지는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과거를 날조해서 얻는 직접적인 이득은 명백했지만, 그 궁극적인 동기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고 글씨를 썼다. 나는 '방법'은 안다. 그러나 '이유'는 모른다."
윈스턴은 생각을 글로 옮기고, 이제 글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해요. 당에 반기를 든 것이 알려지면 '증발'되어 버릴지 모르지만요. 채링턴 씨와 내부당원인 오브라이언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줄리아와 함께 인민의 적인 골드스타인의책을 읽고 '형제단' 단원이 돼요. 빅 브라더를 타도하겠다는 열망을 가지지만, 그는 체포돼요. 7년 전부터 감시의 대상자였던 그는 애정부 어딘가에 갇혀 온갖 고문을 당해요. 오브라이언은 그의 정신 속에 깃든 모든 악과 망상을 불태우고, 개조해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든 다음에 처형할 것이라고 해요. 반항심을 가진 채 처형당하면 누군가는 그를 추앙할 수 있으니까요. "자네는 존재하지 않아, 윈스턴."이라는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그야말로 철저하게 빈껍데기로 만드는 거죠. 윈스턴은 순응했다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101호실에서 자백(없던 사실도 지어서), 배반 등을 하게 돼요.
도대체 당은 어떤 세계를 창조하려는 걸까요? 공포와 반역과 고문의 세계. 유린하고 유린당하는 세계. 갈수록 정교한 수법으로 '더욱더' 잔인해지는 세계. 당에 대한 충성심과 빅 브라더에 대한 사랑 말고는 감정 따위는 필요 없는 세계. 예술·문화·과학도 없어지는 세계. 이런 세계를 위해 당은 모든 것을 파괴하며 진정한 권력을 추구하고자 해요.
<멋진 신세계>, <1984>를 읽으면서 현재를 들여다봤어요. 작가들이 묘사한 디스토피아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들었어요. 현재 진행 중인 보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들. 강대국과 힘 있는 자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많은 것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고 대중을 우매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지도자들.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현실. 하지만 그런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늘 존재해 왔어요.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라는 것, 정말 당연한 걸까요? 자유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워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겠죠.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자유 의지는 내가 지켜야만 유지되는 것 아닐까요?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젠가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요. 깨어있는 사람이 많아야 유토피아까지는 아닐지라도 디스토피아는 벗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최근 깨어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