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신들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로마 신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요즘엔 만화로도 나와서 어릴 때부터 흥미 있게 접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성인이 되어서야 궁금해서 몇 권 읽어봤어요.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너무 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뒤죽박죽되고,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아 그냥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몇 개 아는 정도로 그쳤어요. 가끔은 저 오래된 신화 이야기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직 열광하는지 이해되지 않기도 했어요. 아마 신이라는 존재가 친근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능력이 부러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대중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설록사가인 박영규 저자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복잡하게 생각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선하고 박식하게 정리해 8장, 300쪽 분량에 담아냈어요. 1장은 역사 인물 제우스와 그의 가족들이 신격화되는 과정, 2~4장은 제우스의 가족과 그들에게 얽힌 신화, 5장은 제우스의 후손이 형성한 그리스 3개 왕가, 6장은 황금 양모를 떠난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 7장은 트로이 전쟁, 8장은 민간 전설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로 흡수된 인물과 괴물, 9장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주요 작가 및 작품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리스 로마 신화는 사실에 대한 기록인 역사라는 골격에, 종교적 목적에 따른 초월적이고 비현실적인 우상화 작업이 보태져 신화로 변모했고, 이후 다시 문학적 작업이 덧붙어 교양으로 승화되었다고 해요. 저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암투와 패륜, 욕망과 폭력으로 얼룩진 제우스와 그 가족 및 후손들의 행위를 신화와 문학의 이름으로 미화한 우상화 작업의 결정체다."라고 해요.

 

그러면 우리는 왜 이런 우상화 작업에 불과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할까요? 그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에서 차지하는 무시하지 못할 비중 때문이에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학, 회화, 조각, 음악, 연극 등 각종 예술, 철학, 심리학, 사회학, 수사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하게 되니까요.

 

너무 많은 이야기와 등장인물 때문에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저자는 등장인물과 키워드를 간략하게 정리함으로써 인물 구성이 무척 단조롭다고 말해요.

· 등장인물 : 제우스의 형제자매 및 여인들과 자녀들 + 제우스의 후손이 세운 왕가의 주요 인물 + 민간 전설 속 인물과 괴물

· 이야기의 키워드 = 암투 + 연애 + 영웅 + 모험 + 괴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중심인물인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 슬하의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21명의 여인에게서 18남 25녀를 낳았어요.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아이들 중 누군가가 자신을 내쫓고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레아가 자식을 낳는 족족 삼켜버려요. 이에 레아는 제우스를 낳은 뒤 몰래 감췄고 할머니인 가이아가 제우스를 크레타섬에 보냈어요. 나중에 형제가 모두 크로노스의 배 속에 있다는 것을 안 제우스는 구토하는 약을 먹여 형제를 토하게 만들고 크로노스를 내쫓아요. 제우스가 크레타섬에서 성장했다는 것은 그가 크레타 문명 시절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해요. 또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내쫓고 올림포스산 꼭대기에 궁전을 짓고 살았다고 하는데, 이는 제우스가 크레타 문명의 전성기가 끝날 무렵에 크레타에서 그리스의 올림포스 지역으로 이주한 세력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요. 크레타 문명은 기원전 3000년경에 일어나 기원전 2000년경부터 약 600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한 뒤 몰락했다는 것을 근거했을 때, 제우스는 기원전 14세기 전후의 인물로 추정할 수 있어요.



제우스가 실존 인물이라면 그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제우스는 티탄으로 묘사된 크로노스의 동맹 세력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민족을 끌어들였고, 마침내 그들의 도움에 힘입어 승리를 얻었어요. 승리한 뒤 제우스는 왕권을 독점하지 않고 형제와 함께 일종의 연합 정권을 만들어 바다는 포세이돈에게, 지하 세계는 하데스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하늘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권력을 분배했어요. 이후 제우스는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기 시작했고, 세력을 크게 확장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리스 소국 연합체에서 종주국의 지위를 누려요. 종주국과 종속국의 왕족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 위한 우상화 작업을 위해 제우스를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자손으로 만들었어요. 신으로 승격되어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 제우스. 그가 신이 되자 제우스의 부모, 아내, 자식도 모두 신이 되었어요.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들에게도 계급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가장 높은 계급은 제우스의 형제자매, 그리고 자식들로 흔히 올림포스 12신으로 불리는데, 이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번개, 비 같은 기상 현상을 주재하는 제우스, 바다와 지진을 주관하는 포세이돈, 저승 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 화덕의 신 헤스티아, 가정의 신 헤라, 태양의 신 아폴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전쟁의 신 아레스, 상업의 신 헤르메스, 지혜의 신 아테나, 미의 신 아프로디테, 달의 신 아르테미스. 그들 아래로 급이 낮은 신이 수두룩해요. 이를 현실적으로 해석하자면, 제우스와 그의 형제자매, 직계 자녀는 순수 혈통인 종주국의 왕족이고, 그 아래 신은 방계 혈통의 왕족이거나 종속국의 왕족이에요. 왕족과 일반 신하가 결합해 낳은 자는 주로 영웅으로 묘사되고, 왕족과 전혀 관련 없는 자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 나와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 책 한 권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많은 인물과 사건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상태였는데, 제우스를 중심으로 두고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조금은 체계적으로 분류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스 신화는 마냥 허구 이야기일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역사적 인물인 제우스를 우상화하기 위한 결과물이라는 것도 놀라웠어요. 나라마다 있는 신화도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신화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보면 인간 세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특히 신들이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질투, 시기, 암투, 보복 등을 하는 것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어요. 가진 능력이 많아서 아무 죄 없는 인물을 괴롭히고 죽여버리기도 하니까요.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어느 한 사람이 권력을 쥐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 권으로 정리해서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