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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수업 - 인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과학 ㅣ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경일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올해 5월 초,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 '지혜로운 인간 생활'이라는 주제로 강의하셨는데, 1시간 40분 동안 막힘없이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이어가시더라고요. 강의 듣는 내내 많이 웃고 이것저것 느끼며 즐겼던 유쾌한 기억이 남아 있어요. 교수님은 인지심리학은 숫자, 통계 등을 다루기에 이과라고 하셨어요. 보통 심리학 하면 전형적인 문과라고 생각했기에 오~ 그런가? 생각했어요. 이과든 문과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어찌 보면 모든 학문은 자기 전문 분야와 타 학문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나면서 빛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잘 보이지 않고 불가사의한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심리학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해요. 우리는 '마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도대체 마음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요? 심리학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이에요. 복잡하고 아리송한 내면세계를 심리 실험과 연구 덕분에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코로나19 이후 불안과 고립의 시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1장은 심리학의 학문적인 성격을 알아보고 기념비적인 심리 실험에 대해 간략히 알려줘요. 인간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궁금증에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철학은 그 역사가 오래됐어요. 그런데 사유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수량화해서 객관적으로 측정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에요. 즉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인과관계를 알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실험을 하는 학문이죠. 수많은 심리학 연구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 뒤에 숨겨진 사실을 밝혔어요.
예를 들어 '인간은 무엇을 어떻게 학습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에 답하는 심리 실험으로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와 '스키너 상자'가 있어요. 두 실험을 통해 외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간의 관련성을 인식함으로써 행동이 유발되는 수동적 학습(고전적 조건화), 자신이 능동적으로 취한 행동으로 행동을 조작해 인과 관련성을 파악하는 능동적 학습(도구적 조건화)을 설명해요. 물론 이것만으로는 완벽하지 않아요. 관찰학습/모방학습이라는 것도 존재하니까요. 스탠리 밀그램 교수가 행한 '복종 실험'에 따르면 관찰 대상이 지니는 권위, 신뢰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짐을 알 수 있어요.
2장의 주제는 '인간은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할까?'예요.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 존재일까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대다수 심리학자는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해요. 간혹 우리는 이성적으로 A가 더 낫다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B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어요.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느낌, 즉 정서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예요.
판단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이 영역을 확장한 학문이에요. 사람들이 마음의 계좌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밝힌 행동경제학은 '마음의 회계학'이라고도 불려요. 비슷한 일에 무언가를 소모하면, 그다음 일에 인색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예를 들어 A(일주일 전 농구 경기 관람에 5만 원 지출)와 B(일주일 전 5만 원짜리 주차 위반 스티커 발부받음)에게 유명한 음악회에 갈 것인지 물어요. 누가 음악회 티켓을 구매할 확률이 높을까요? 바로 B라고 해요. A는 마음의 계좌에서 비슷한 항목에 대한 지출이 이미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거죠. 행동경제학은 마음과 기분을 근본적인 판단의 근거로 보기 때문에 일상에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요.
3장에서는 심리학의 주요 주제인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알아봐요. 불안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상태기이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가장 중요한 창구로 사용되기도 해요.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 '불안-정서-동기-행동의 변화'라는 일련의 틀 안에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우리는 언제 불안을 느낄까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쁜 결과라도 일정 수준 예측이 가능해지면 불안이 상당히 완화된다고 해요.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기에, 어쭙잖은 위로나 격려보다 정확한 사실이 중요하다고 해요. 불안에도 종류가 있는데 그것을 구분하기만 해도 훨씬 뚜렷한 대처 방법이 보이게 된다고 해요. 그동안 방치해두었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나 작고 구체적인 일은 불안할 때 더 잘된다고 하네요.
4장에서는 공존에 관해 이야기해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사회와 단절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불안해했어요. 반 랭 교수는 불안과 위기의식이 팽배한 사회일수록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다른 사람의 선행을 목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한 느낌이 들면서, 내 마음도 유연해지고 관용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것을 통해 내부감각수용 능력을 높이는 것이죠. 이런 정신적 에너지가 모여 사회를 유지할 힘이 된다고 해요. 또한 저자는 주위의 행복한 사람을 만나 목적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더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바뀌고 있다는 '작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다양한 격차로 문제가 많기에 공평과 공정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책이 생각보다 얇아서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동안 매체를 통해, 직접 강의에서 봤던 저자만의 색깔이 많이 담겨 있지는 않아요. 아마 이 책이 각 분야 최고의 학자와 연구자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드는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의 하나여서 그런 것 같아요. 교양서적에 맞게 심리학에 대해 간략하지만, 핵심을 제대로 알려주려는 노력이 담겨 있어요. 한때 제 마음, 타인의 마음을 잘 몰라서 알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책을 꽤 읽었어요. 읽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았을 텐데, 그 당시엔 그냥 읽기만 해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 없네요. 지금은 조금이라도 기록하고 있으니 이것이 쌓이면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에서 관심을 더 가지면 심리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망도 생기겠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나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싶어 철학, 심리학, 그 외 다른 학문도 생겼겠죠.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내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김경일 교수가 전하는 짧은 심리학 수업이 궁금하신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