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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평점 :
싱어송라이터 이적. 그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은 적이 많아요. 일상에서 많이 접한 단어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그의 노래에 녹아있고, 짐짓 담담하게 부르는 것 같은 그의 음색에 마음이 쿵 내려앉은 적이 많아요. 그의 많은 노래 중 '달팽이, 왼손잡이, 거위의 꿈, 하늘을 달리다, 말하는 대로'를 특히 좋아해요. 이런 그가 책을 냈다니 궁금했어요. '이적의 단어들'이라는 어찌 보면 심플해 보이는 제목이 호기심을 더 자극했어요. 이 사람은 어떤 단어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까 알고 싶었어요. 저는 단어를 많이 마주하지만, 자세히 제 앞으로 끌어당겨 보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단어보다 문장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단어들'이라는 말에 더 끌렸는지도 몰라요. 작가 소개란을 보니 그는 이미 픽션집과 그림책을 출간한 이력이 있고, 이 책은 그의 생애 첫 산문집이라고 해요. 책이 온통 화이트 톤에 제목 또한 간결한 이 책은, 내용 또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총 5부 '인생의 넓이, 상상의 높이, 언어의 차이, 노래의 깊이, 자신의 길이'로 이뤄진 책은 많은 단어가 존재해요.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마음이 가는 단어부터 읽어도 좋아요.
📍 인생
중년에 접어든 두 현자. 인생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깨닫고 각자 결심해요.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충실하게 살자.", 다른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유롭게 살자."고요. 훗날 그 둘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두 현자의 제자들이 충실하게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것의 의미를 알려줘요. "남의 눈에 얽매이지, 개의치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이 고민하죠. 각자의 삶이 다르듯 바라는 모습도 다 다를지 몰라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바라지 않을까요.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가 나라는 존재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 상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누군가에게 말로든, 행동으로든 상처를 주는 것. 가해자는 별것 아닌 일이라 치부하고 잊어버릴지 몰라도 피해자는 그게 아니죠. 평생 마음의 상처가 되어 힘든 삶을 살게 될 거예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보면 상처받은 동은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대로 보이죠. 표정이 거의 없고 무채색의 그녀를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복수하지만 그 기간까지 본인의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거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봅니다.
📍 지속 가능성
"일도 연습도 운동도 공부도 취미도 지속 가능한 방식을 택한다. 한두 번 영혼을 불사를 듯 무리하여 깜짝 성과를 낼 순 있지만 자기 속도와 맞지 않으면 금방 멈춰 서게 되고, 심하면 넌덜머리가 나 아예 반대쪽으로 튈 수도 있다. 달리지 않고 적정한 보폭으로 적당히 숨찰 정도로 걷는다. 게을러 보일 수도 있고 승부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그렇게 오늘도 타박타박 걷는다. 계속 걸을 수 있는 페이스로 가끔 쉬기로 하며. 흥분해서 내닫다 탈진하지 않도록."
인생이란 긴 길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기 위해서는 내게 맞는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바심에 전력 질주하면, 너무 빨리 지치더라고요. 탈진하여 오랫동안 꼼짝없이 쉬기만 하면 마음이 두 갈래로 나뉘어요. 뭐 그렇게 열심히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마음 vs 남들보다 늦었으니 떠 빨리 뛰어야 한다는 조급함. 둘 다 나의 인생길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만의 속도는 내가 제일 잘 알 거예요. 그 속도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길 내내 펼쳐질지도 몰라요. 그래도 타박타박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자고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많은 단어에 저자의 생각을 녹여 하나의 짧은 이야기들이 탄생해요. 저는 일상의 글을 적을 때 글과 어울릴 만한 단어를 생각한 후 이리저리 조합해서 문장으로 엮어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단어 하나에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이 대단한 자신감으로 여겨졌어요.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에 이런 단어를 제목으로 글을 쓴 사람도 많을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쭉 보면서 단어 하나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테니까요. 긴 문장으로 된 제목보다 한 단어가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그 단어 하나가 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거죠. 이 책을 통해 그런 것을 배웠어요. 글을 짧게 적지 못하는 편이기에 짧은 내용 속에 깊이를 담는 법도 알았어요. 책을 통해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지나쳐 왔던 일상의 단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저만의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적이라는 작가의 단어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