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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생각법 - 일도 삶도 바뀌잖아
한명수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말랑말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어떤가요? 저는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제 단단한 마음의 빗장을 풀어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생각을 하고 싶은데 저라는 사람 자체가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것인지, 어느새 단단한 껍데기가 저를 감싸고 있는 기분이에요. 처음엔 얇은 막이었을 텐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니 한 꺼풀 벗겨내기도 벅찰 정도가 된거죠. 이런 단단한 껍질을 조금이라도 녹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어요.
한명수 저자는 우아한형제들 CCO로 배달의민족 서비스, 한글 서체 개발, 조직 문화 개선까지 회사와 세상에 유쾌함과 즐거움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까스활명수’, 어려운 것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창의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해요.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저자의 말투에 조금 친근한 마음을 가지고 읽었어요.
어릴 때부터 눈에 보이는 것을 잘 베껴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무언가를 흉내냈는데, 언제부턴가 그것이 지겹고 부끄럽고 마뜩잖아서 괴로웠다고 해요.
"괴로움을 끊어내려면 내 안에 숨겨진 것을 마주하고 꺼내야 했다. 겉보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속을 파고들어 내 안에 있는 씨앗을 꺼내야 했다."(P. 8)
겉껍질만 신경 쓰느라 속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와요. 그때가 말랑말랑해질 때죠.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도 움푹 들어갈 때, 내 안에 숨겨진 것을 마주하고 꺼내야 조금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2000년대 후반, 어느 대기업 대회의실에서 자기소개 퍼레이드가 펼쳐졌대요. 비슷비슷한 말과 공허한 박수 소리만 존재하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저자는 신발을 벗고 테이블 의자 위에 올라갔어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과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래요. 누군가 하던 대로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용기가 생겨서, 다리를 어깨보다 넓게 벌리고 두 팔을 만세를 부르듯 젖히고 온몸을 엑스 모양으로 만든 후, 목소리를 최대한 떨리지 않게 하면서 자기소개를 했대요. "저는 UX 디자인센터장을 맡은 활명수, 아니, 한명수라고 합니다. 고객의 경험, 익스피리언스 엑스를 기억하시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좀 부탁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긴장하면서 최대한 튀지 않게 빨리 말하려고 했는데, 저자의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우와~~ 멋지다!! 생각했어요.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이잖아요. 저를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해보게 되네요.
남들 앞에 서는 게 죽는 것만큼 싫은 내성적인 기질이었다는 저자. 어느 날, 저자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대요. "저… 지금 얼굴 빨개졌지요?" 이후 아무도 저자를 놀리지 않았고, 격려해 줬대요.
"내가 나의 약점을 솔직히 꺼내놓을 때 그것이 힘이 된다는 것을. 남들이 다 아는 나의 연약함을 애써 가리며 사는 삶보다 편하게 인정하고 내비치며 사는 삶에 자유로운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빈틈을 만들면 숨 쉬고 살 수 있어." (P. 25)
저자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니... 적잖은 충격이었어요.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꺼내놓고 용기를 냈기에 지금의 저자가 있는 거겠죠. 저는 빈틈과 약점이 많은 사람인데 그것을 꼭꼭 숨겨두려고 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빈틈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보여주려고 하는데, 아직은 꽁꽁 감추고 있는 모습도 많은 것 같아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를 받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이 들리잖아요. '이 사람 화났나? '나 싫어하나?' 할 때가 있을 만큼 건조하고 메마른 글자들이 있어요. 저자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줘요.
방법 1. '친절하신 OO 님, 안녕하세요^^'라고 써보기
방법 2. ^^ :) ^0^ 웃는 표식, ♪, ♬ 음표 써보기 (나의 글에 BGM 까는 역할)
방법 3. '고맙습니다' PPT 한 장 만들어서 저장해두기. 화면에 꽉 차게 템플릿을 켜놓고 받은 선물을 올려놓고 사진 찍어서 보내기
맞아요! 이메일이나 문자에 사무적인 글만 있으면 엄청 딱딱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일할 때 저렇게 많이 썼는데... 지금은 웃음(^^), 물결(~) 표시 등을 같이 넣어요. 그러면 글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거든요. 저자가 알려준 3번째 방법은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정도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데, 텍스트로 전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요. 저런 문자를 받으면 저도 감동할 것 같아요.^^
"너답다라는 말을 들을 때 설레고 기분이 좋다면 작은 일부터 시도해봐. 부끄러움이 많고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불편한 사람도 자신의 진짜 색깔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야. 나다운 것은 시간이 쌓여야 겨우 드러나는 궤적 같은 것이잖아. 뭔가를 해보고 확인하고 또 해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지." (P. 149)
저는 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를까요. 아마 욕을 먹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누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으면 어찌할 수 없음에도 전전긍긍댔죠.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저라는 사람을 투명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조금씩 시도해본다면 어느새 나다운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의 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 많았음을 알았어요. 저를 하나의 틀에 가둬놓고 그 속에서만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나름 나를 확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얼마나 좁은 생각에 갇혀 있었는지 깨달은 거죠. 단어의 정의나 반대말은 사전에서 찾아 익히며 그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분명 저번에 찾아본 단어인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이런 생각을 꽤 많이 했는데, 이제 이유를 알겠네요. 저만의 정의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삶이라는 것도 저만의 인생 정의를 내리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에 휩쓸려 가려는 제가 보였어요. 그 속이 답답해서 싫을 때도 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나라는 사람이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은 내가 정의하고 내가 이끌어가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죠. 내성적인 성격 탓이라고 돌렸는데, 결국엔 나라는 껍데기를 깨부술 용기라는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저를 말랑말랑하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봐야겠어요. 이 책 덕분에 말랑말랑한 생각법 팁을 조금이라도 얻어 가니 막막하지만은 않아서 좋네요.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조금이라도 말랑말랑해지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