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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소방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감사함이 절로 느껴지고 마음 한구석에 부채를 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살면서 소방관의 도움을 받은 적은 딱 한 번이에요. 어렸을 때 옆집에 불이 나면서 제가 살던 집에 약간 옮겨붙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밤중이었는데 소방관들이 와서 불을 꺼 주셔서 대충 정리하고 잤던 기억이 나요. 그 이외에는 딱히 저와 연관된 일은 없었지만 불이 났을 때,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동물들로 인한 소란이 있을 때, 일상에서 곤란한 상황 등 도움받을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소방관이에요. 그분들의 삶에 많은 관심이 없다가 저도 직장 생활을 해보니 그들의 수고스러움에 눈길이 갔고, 국가직으로 전환되었을 때 제 일만큼이나 기뻤어요.
이 책은 남원에서 소방관으로 지내는 최규영 저자의 에세이에요. 가제본을 받아 색다른 느낌이었고, 책으로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저자는 37세의 나이에 신입 소방관이 돼요. 그전에 정말 다양한 일을 했더라고요. 특전사, 아프리카 우간다 교환학생, 호주 워킹홀리데이, 사막에서 마라톤 도전, 영어 강사, 건설 현장 노동자, 클럽 가드, 사업 등... 많은 일을 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했더니, 몸쓰는 것에 자신이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소방관을 선택했대요. 돈을 바라지 않고 소명 의식이 있어야 가능한 직업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방관이에요. 책의 일부 내용을 통해 소방관으로서 그의 삶을 알아보려 합니다.
"소방관을 미화시키는 글은 쓰지 말아라." 내가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소방관의 일상을 알린다는 걸 알게 된 대장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다. 불을 끄거나 위급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할 땐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했지만 그것들이 소방관 삶의 전부가 아니었다. 우리도 한 명의 직장인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며, 용감해지고 싶지만 때때로 그것이 어려운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안에 살며 사람 소방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는 매일 타인의 죽음을 직면했다. 그러다 보면 잠 못 이루던 긴 밤이 많아졌다. 철학은 모르지만 소방관의 밤은 가끔 철학이 되기도 했다. (P. 6~7)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저자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소방관을 미화시키는 글은 쓰지 말라는 대장님이 해주신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소방관도 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달라는 의미 아닐까요. 소방관들의 수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죽음을 직면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지만, 또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정돈하지도 못할 테니까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직업을 선택한 분들에게 그에 맞는 대우와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 앞에선 늠름한 척하고, 불 속에선 또 장님처럼 헤맬 내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고 무기력해졌다. 매번 나의 위험에 무게를 싣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진실의 순간 속 내 모습은 이렇게 나약하고 불안했다. (P. 39)
소방관이기 이전에 보통 사람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나약하고 불안한데, 이런 것으로 고민하는 소방관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사고가 나의 글감이 된다는 사실에 너무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내 자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타인의 이야기가 섞인다는 점, 그리고 내가 겪는 사건 대부분이 타인의 불행에서 시작된다는 이유도 있었다. (P. 58)
저는 제 감정의 배출을 위해 글을 써요. 타인의 이야기가 섞일 때, 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쓰게 될 때 내가 과연 이 이야기를 쓸 자격이 있나 생각이 들어서 저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어요. 저자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글쓰기를 계속하셨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명백했다. 내 몸 던져 남을 돕는 일. 내가 몸을 담은 조직은 바뀌었지만 나의 그릇은 바뀌지 않았다. 그 그릇 안에는 조그만 합기도 소년의 열정, 특수부대원의 패기, 악어 농부의 땀, 아프리카의 꿈 등이 담겨 있다. 앞으로 구조대원의 열심이 더 담길 것이다. 진실의 순간 앞에선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섬이 없는 사람, 그런 소방관이 되고 싶다. (P. 100)
내 몸 던져 남을 돕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방관을 선택한 저자.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저자의 선택에 감사와 응원을 함께 드리고 싶어요.
구조대 일을 하다보면 이런 '누군가의 마지막 하루'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오늘은 나와 그 사람의 보통날이었을 텐데, 결과는 늘 같았다. 더 빨리 도착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구급차의 뒷모습.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꽤나 오랫동안 내게 해왔던 질문이지만 농도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질문에 정답을 찾진 못해다. 분명 언젠가 내게도 보통날처럼 찾아올 것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날이. 그래서 오늘 하루도 의미 한 스푼, 추억도 한 스푼 넣고 휘저으며 살아간다. 그게 나의 답이다. (P. 172~173)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죠. 그 순간이 언제인지 모르기에, 오늘 같은 보통날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각자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르고 살아가죠. 그러다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삶이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저자처럼 하루하루 의미를 느끼며,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소방관의 삶과 생각은 어떨까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가 소방관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포장을 걷어내면 똑같은 사람일 뿐이잖아요. 그 포장만 보고 이런 직업을 가졌으니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폭력이 아닐까 싶어요. 보통 사람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서,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심이 더 강해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들도 나름 고충이 있을 테니까요. 그 고충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꼈어요. 더 많은 힘겨운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그것을 잠시 가슴에 묻어두고 다시 용기를 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죠. 그들의 그런 용기 덕분에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고생하시는 소방관님들을 보면 감사의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소방관님들도 자신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면서 구조작업을 하시길 바라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분들의 고마움을 당연시하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방관의 이야기 한 번쯤은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