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틱낫한의 일기 - 나를 만나는 길 1962-1966
틱낫한 지음, 권선아 옮김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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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면 어지러워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반면 인간의 존엄성은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은 심해지고, 사람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평온은 점차 잊어버리고 있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 세상일수록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스승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틱낫한은 한평생 평화를 위한 가르침을 펼치며 걷기 명상, 마음챙김 명상 등으로 불교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어요. 독재 정부의 탄압과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평화운동으로 길고 길었던 망명 생활을 하는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진리를 찾고자 했고, 플럼 빌리지라는 명상 공동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휴식을 주려 노력했던 그는, 2022년 1월 96세로 입적했어요.


책의 원제는 '프엉보이(Phuong Boi)‘로, 틱낫한을 포함한 몇몇이 불교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며 1957년 베트남 중부 산악지대에 일군 사원의 이름이에요.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더 깊이 누리고자 만들었다고 해요. 책은 1962~1963년 미국의 프린스턴,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가난한 유학생으로 연구와 공부를 하던 시절, 1964~1966년 고국인 베트남으로 돌아와 평화운동을 하던 시절, 두 시기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2022년 5월 국내 개봉한 틱낫한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만나는 길'(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에 이 책 속 문장이 내레이션으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끔씩이라도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들을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오직 이해만이 사랑에 이른다." (P. 97~98)

현실에 치이다 보면 제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다른 사람이 들어올 틈이 없을 때가 있어요. 책이나 기사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때때로 두 개의 상반된 자아, 즉 사회가 강요하는 '거짓 자아'와 내가 '진정한 자아'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 갇혀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둘을 헛갈리고, 사회가 강요한 틀을 진정한 자아라고 추정하는가. 우리는 지금 가장 외롭지만, 폭풍우 끝에서 살아남을 때마다 조금씩 성장한다. 이와 같은 폭풍우가 없었다면 나는 오늘의 나일 수 없다." (P. 100)

사회적 자아의 모습을 진정한 자아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 보니 진정한 내 모습을 알지 못한 채 폭풍우가 몰아칠 때마다 그대로 휩쓸려 혼돈 속에서 헤맸던 것 같아요. 그래도 폭풍우 속을 지날 때마다 껍질을 하나씩 깨부수려는 저를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계속 살 수 있겠는가? 살기 위해서 우리는 매 순간 죽어야 한다. 우리는 삶을 가능하게 만든 폭풍우 속에서 거듭거듭 소멸되어야 한다. 나는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 (P. 105)

'변화'라는 것 참 쉽지 않아요. 매번 다짐은 하지만 실제 행동해서 변화하는 것은 1%나 될까요.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 삶에 맞는 옷은 내가 만들어야겠죠. 한번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를 주면서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오늘날의 사람들은 쉬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주의를 빼앗는 셀 수 없이 많은 것으로 자유시간을 채운다. 사람들은 몇 분간의 여유 시간도 참지 못한다." (P. 150)

최근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뜨끔했어요.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쉴 수 있는 시간조차 무엇인가를 하면서 채우려고 하는 제가 보여요. 마음이 한시라도 조용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니 지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한 번씩 찾아오는 것 같아요.


"위대한 자비의 눈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친구도 적도, 가깝고 먼 것도 없다. 위대한 자비의 눈에는 주체와 대상 사이의 구별도 없고, 따로 떨어진 자아도 없다." (P. 236)

위대한 자비에 이르는 길... 저에게는 한참 멀었네요. 저는 아직 차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있어요. 도대체 왜 저럴까?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죠. 제 생에 저런 경지가 가능할까 싶어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분들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틱낫한이 선택해서 간 길이 얼마나 가시투성이였는지 책을 읽으면서 느껴졌어요. 쉬운 길을 마다하고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한 그의 내면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독재 정부의 탄압과 공포 앞에서도 평화를 기원하고 진리를 향한 그의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그가 진정 바랐던 세상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겠죠. 그런데도 그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어지러웠던 제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두 아들 방학이라 혼자 조용히 있을 시간이 없어 어느새 많이 지친 제가 보였어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마음의 평온은 잊어버렸고, 조급함은 느끼지만, 의욕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이럴 때일수록 저 자신을 깊이 들여다봐야 할 시간을 의도적으로라도 가져야겠죠. 틱낫한이라는 스승의 삶을 통해 제 삶도 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의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분주한 현실에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분께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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