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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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의 변화가 참 빠른 것 같아요. 그 변화를 따라잡으려고 뒤쫓다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요.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있지 않으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것만 같아요. 4차 산업 혁명 시기에 과학뿐 아니라 철학 같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겠죠.

철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니 참 어렵게 느껴져요.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내 삶의 삐걱거림은 괜찮은 건지 등 여러 의문에 휩싸일 때 철학책에서 답을 구하고 싶은데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조금 쉽게 다가가고 싶어 찾게 된 책이에요.


김성환 저자는 어려운 철학 내용을 쉽게 풀이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여러 철학책을 썼어요. 이 책은 영화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통해 철학에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책이에요. 22편 영화 속 철학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함께 해볼까요.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무너진다 : 매트릭스]

'매트릭스'에 네오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숨기려고 내부를 칼로 파낸 책 한 권이 나와요.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쓴 <시뮬라시옹>인데,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 주연급 배우들에게 오디션을 볼 때 읽고 오라고 한 책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2199년 기계와 싸우느라 버거운 현실과 화려하기 짝이 없는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려고 만든 사이버 세상인 '매트릭스'.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사이버 문화의 특징은 환각 체험입니다. 매트릭스 안에서 사람들이 체험하는 것은 모두 환각으로, 이는 현실 세계에서 몸과 마음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죠.


네오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기 전 질문해요. "뭘 선택하나 하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자기 정체, 다른 말로 '자의식'이에요. 네오처럼 되려면 환각 체험하더라도 체험을 해석하는 자의식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내가 뭘 해냐 하나?"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스스로 묻고 대답을 얻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무너지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 세계로 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죠. 최근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인가 궁금증과 두려움이 생기고 있고, 메타버스, XR, MR 등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없애기 위한 기술 발전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요. 현실 같은 가상 세계를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떤 것이 현실인지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사이버 세상이 주는 환각에 취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내맡기지는 않을까요? 저자의 이야기처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것 같아요.


[전 세계를 매료시킨 가장 한국적인 것 : 기생충]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고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헤겔이 주장한 개념에 대한 변증법의 핵심 내용이에요. 영화 <기생충>은 개별이에요.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가장 한국적인 것들'은 특수에요.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건 보편입니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특수와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보편을 통일한 개별이에요.


"<기생충>은 자존심 손상에 반지하 냄새를 결합해 기택 냄새를 만든다. 가족 사랑에 방공호 대피를 결합해 문광 가족을 만든다. 가족 사랑에 과외 교사를 결합해 동익 가족을 만든다. <기생충>이 재밌는 철학 비결은 반지하 냄새, 가족 사기, 방공호 대피, 과외 교사라는 특수들을 발견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귀추의 대가다." (P. 155)


잘 만든 영화다, 웃픈 현실이다 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많은 것을 영화 하나에 담았구나! 느꼈네요. 기택 냄새, 문광 가족, 동익 가족을 만들면서 반지하 냄새, 가족 사기, 방공호 대피, 과외 교사라는 특수들을 집어넣은 봉준호 감독의 섬세함과 디테일에 새삼 감탄했어요. 제가 알지 못했던 철학적인 접근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예전엔 영화를 보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영화를 볼 때 이 영화는 어떤 철학적인 면을 담고 있는지 유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최근 두 아들과 함께 본 '장화 신은 고양이 : The Last Wish'를 보고 여러 질문을 떠올리면서 철학적이다! 감탄했던 제가 떠올랐어요.


모든 것은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철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자가 이야기한 영화 속 철학을 사람에 따라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도, 저자가 이야기한 것과 다른 철학을 만날 수도 있는 거예요. 무엇이든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나만의 답을 찾아 떠나는 것 자체가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 책을 참고하면서 아~ 이런 철학적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이구나 알면 되니까요. 여러분도 영화를 보면서 나만의 철학을 완성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 속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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