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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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편안한 초록의 표지에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제목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아직은 겨울이 내뿜는 냉기에 움츠러들어 있던 마음이 따스한 봄 햇살을 만난 것처럼 활짝 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글쓰기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느껴서인지 저도 모르게 이 책을 선택했어요.


글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여기저기서 글쓰기 강좌를 하고 있어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내는 일을 돕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냈어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책은 7년 만에 나온 저자의 세 번째 글쓰기 책으로, 마흔여덟 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건네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 경험, 공감, 응원의 말을 담고 있습니다.

책은 4장, 48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

2장.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3장.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4장.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내 마음 나부터 알아주자는 데 이른 어른스러운 해결책이 내겐 글쓰기. 나는 진격의 독학자처럼 책을 쌓아놓고 줄기차게 읽고 썼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형태는 없고 압력만 있는 슬픔을 나의 언어로 번역하여 실체화하는 작업이 없었다면 크고 작은 생의 파고를 넘지 못했을지 모르겠다."(P. 8)

"나에게 몰입하는 만큼 나를 내려놓아야 독자가 있는 글이 된다." (P. 13)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가 정답을 일러주는 곳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질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장소가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고민을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P. 18)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저자의 이야기에요. 책에서 서문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저자의 말에 다시 펼쳐봤는데 13페이지를 할애할 만큼 정성이 느껴졌어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봤는데, 저자처럼 저를 알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한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늘 보던 것을 낯설게 본다는 뜻입니다.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P. 37)


저자의 퇴고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첫 번째로 주제 벼리기, 두번째로 적절한 정보 넣기, 마지막 단계는 실밥 뜯기로 글을 말끔하게 만드는 거에요. 틀이 어느 정도 잡혔으면 소리 내서 읽어봐서 퇴고하라고 해요.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한 일이고요어떤 단어를 쓸 때 타자에 대한 존중이 깃들어 있는지, 배제나 차별의 시선은 없는지, 살펴보고 쓸지 말지 판단해요. 좋은 언어는 적어도 타인을 마음 상하게 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해요."(P. 155)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 설령 그 사람이 제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이라 하더라도 부정적인 단어는 많이 고민하게 만들어요. 뱉어내야 비워낼 수 있다는 말에 비워낸 말들이 가시처럼 박혀있는 때도 있고요.


"좋은 책이란 읽는 사람을 다른 생각,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P. 214)

사람마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이 다르겠죠. 같은 책이라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듯이요. 저에게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봤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동일한 관심사의 책만 읽었다면 의도적으로 여러 장르를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책에 여러번 언급되는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상상한 저자의 모습은 따스한 시선을 가진 단단한 사람이에요. 어느 영상을 통해 저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제가 예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 글이 타인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어투가 가득한 글이 아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글쓰기 책 몇 권을 읽다 보니 저자마다 공통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자마다 특색이 있어서 저는 재밌는 것 같아요. 각자 중심을 가지는 가치와 삶의 방향이 있는데, 그게 글쓰기에서도 녹아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비슷해 보이면서도 차이점이 느껴져요. 저와 비슷한 듯 어찌 보면 다른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생각해봤는데 따스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제 마음이 힘들다고 어찌 보면 외면하려고 했던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따스한 마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쓰기를 하고 싶고, 글쓰기에 관한 많은 질문이 있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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