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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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본소설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17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이요하라 신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이력은 전형적인 이과형이다. 고베대학 이학부 지구과학과를 졸업한 후 도교대학 대학원에서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한다. 그리고 이 이력은 소설 속에 나오는 후지타케와 매우 비슷하다. 아마 그 인물에 작가 자신을 투영한 듯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히가시신주쿠고등학교다. 이 학교의 야간반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학생들이 이곳에 모인다. 다케토와 안젤라. 가스미와 나가미네. 그리고 야간반의 담임인 후지타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들은 과학 교사 ‘후지타케’의 제안으로 과학부를 만들고, 일본 지구행성 과학연합대회 고등학교 세션 발표를 위해 ‘화성 크레이터’를 재현하는 실험에 도전한다.

다케토는 과학부의 핵심 인물이다. 낮에는 재활용 회사에 다니며, 스스로를 “불량품”이라 여긴다. 난독증이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재능도 있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공부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난독증을 이겨내고, 과학에 대한 열정을 쏟아낸다.
안젤라는 필리핀과 일본의 혼혈로 결혼 후 가족의 배려로 다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뛰어난 사교성으로 과학부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가스미는 자율신경 이상으로 학교를 쉬었고, 야간 고등학교에 겨우 다닌다. 하지만 등교 후 보건실에서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SF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리고 섬세한 기록을 한다.
나가미네는 일흔의 노인이다. 생계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아내를 위해 야간 고등학교를 다닌다. 젊은 시절 프레스 공장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화성 크레이터를 재현하는 데 쓰이는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후지타케의 진짜 실험도. 과연 후지타케의 진짜 실험은 무엇일까?

야간반은 이렇게 각자의 이유로 다니는 학생들이 나온다. 그들은 1년을 못 마치고, 자퇴하는 경우도 많고, 수업 시간에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괴짜 선생 후지타케의 노력으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이들이 '과학실험'이라는 생소한 일로 얽혀 서로를 응원하고 발전해간다.

그리고 이 내용은 야간 고등학교 과학부가 만든 '중력가변장치'를 소행성 표면 시료 채취를 위한 기초 실험에 사용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을 때 야간반 과학부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일본 NHK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다케토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후지타케에게 분노의 화살을 날린다. 당첨된 복권인지 모르고 버린 사람에게 실은 그것이 1등짜리 복권이었다고 일부러 가르쳐 주는 격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점차 "사람은 그럴 마음이 들어야만 멀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310p.)"라는 후지타케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장래를 똑바로 뻗어 있는 외길처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누구에게나 있는 건 항상 창문이 없는 방이고, 눈앞에는 문이 몇 개나 있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열어보면 그곳에는 또 작은방이 있고 문이 나란히 있습니다. 인생은 그것은 연속일 뿐이니까요."
341p.

책에는 현 일본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세대 간 갈등과 "부모 뽑기 -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하는 건 운에 달렸고, 그걸로 인생이 정해진다는 거야(174p.)"는 우리나라의 "수저 계급"론과 비슷했다.

책에는 과학실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렵지 않다. 나 같은 문과 출신도 모두 이해할 만큼 간결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왜 하늘이 파란색인지, 저녁 놀은 왜 붉은색인지. 화성은 낮 하늘은 빨간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퍼튜니티의 바큇자국"을 검색해 봤다. 회색 빛이어서, 바큇자국만 덩그러니 보여서인지, 정말 너무 쓸쓸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과적인 사진도 감동적일 수 있다는걸. 과학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걸. 나도 학창 시절 이렇게 재밌는 과학실험을 했더라면 이과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책을 읽었다.

"배움을 그만두는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다. 스무 살이든, 여든이든."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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