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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평점 :
웃지 않는 아이가 있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증후군, 즉 알렉시티미아인 선윤재. 윤재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는 감정을 교육한다.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침묵하며 '고마워'와 '미안해'를 말하기를 습관처럼 살아가던 16살의 생일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윤재의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시내로 냉면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그렇게 혼자가 된 윤재. 윤재는 심 박사와 곤이, 도라를 만나며 서서히 변하게 된다.
윤재는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울지 않았다. 감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혼자서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운영할 때도, 소년원을 나온 경험이 있는 곤이를 모두가 무서워할 때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곤이와 도라는 헌책방을 자주 찾아왔다. 곤이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주 물었고, 윤재는 대답하기 힘들어한다. 원래 없는 것인데 없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자꾸 물어보니 말이다. 하지만 아몬드가 작아서 감정을 잘 못 느끼던 윤재는 곤이와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쓴다. 도라에게도 말이다.
윤재 곁에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홀어머니라는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이었지만 윤재의 양손을 꼭 붙들고 가는 든든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느끼지는 못하지만 윤재도 알고 있었다. 할머니를 '할멈'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유능한 교수 아빠와 기자 엄마를 두었지만 어릴 적 실종으로 보육원을 전전하며 자란 곤이가 나온다. 곤이는 삐뚤어졌고, 뒤늦게 곤이를 찾은 아빠는 그런 곤이를 외면한다. 하지만 그런 곤이가 사실은 착한 아이 란 걸 윤재는 알아볼 수 있었다. 느끼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윤재는 도라에게 달리기가 좋냐고 물어보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로 인해 윤재는 서서히 변화한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칼부림 사건이 나도 선뜻 돕지 않는다. 공포감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 큰일이 생겨도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265p.)" 치부한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265p."
사람들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눈앞에서 칼부림을 당하고 사망한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울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감한다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있는 불행과 다른 이의 불행을 쉽게 잊었다. 그렇다면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아몬드 이야기의 뒤엔 칼부림 사건 속에서 그 사건을 공포에 질려 그저 바라만 봤을 한 남자의 이야기인 "상자 속의 남자"라는 외전 단편이 나온다. 나 또한 상자 속에 나 자신을 가둬두며 살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베스트셀러인 '아몬드'를 이제야 읽었다. 성인판과 청소년판이 있는데, 내가 읽은 것은 성인판이다. 책은 쉽게 간결하게 윤재의 마음을 전달한다. 그 흡입력으로 나는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다.
* -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야,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97p.)
* - 그러니까 너랑 나도 언젠가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 될 수도 있겠지.
- 그럴 거야. 어떤 방향이든. 그게 인생이니까. (162p.)
*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184p.)
*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 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 거처럼. 그냥! (201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