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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버지니아 울프
박신현
북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흑백사진 속 버지니아 울프. 책 표지마저 너무나 근사한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는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을 만큼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들 중 엄선해서 번역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 대상은 언니, 남편 그리고 에델 스미스, 캐서린 맨스필드와 같은 예술가 등 다양하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도 책, 출판 등 일상적인 것부터 자신만의 철학까지 다양하다.
책은 버지니아의 생애 순서대로 1부 자유(1882~1922), 2부 상상력(1923~1931), 3부 평화(1932~1941)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부의 도입부에는 그 기간 일어난 중요 사건들과 발표된 주요 작품들의 소개가 있어서 편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딸린 에세이까지 읽으니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자서전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영국 작가이다. 그리고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사회는 고학력자의 아들을 학교에 보내도 그의 누이나 딸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던 시대였다. 그래서 여성이 뛰어나지 못해서 셰익스피어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럴 기회가 없다고 했다. 특히, 1929년에 발표한 산문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만 한다'라며 여성의 물질적. 정신적 자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가부장제, 제국주의, 파시즘과 같은 부조리를 겪으며 '자유'를 외쳤다. 비록 세계 제1,2차 대전을 모두 겪으며 쇠약해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 올곧은 정신만은 아직도 내려오고 있다.
책은 페미니스트의 고전을 쓴 버지니아 울프의 일상이 잘 나타난다. 버지니아 울프는 실제로 하녀 2명이 집안일을 해주는 중상류층을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소설이나 편지를 쓸 시간이 많았다. 물론 사망한 숙모로부터 받은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도 있었다. 그런 부족함 없는 배경 속에서 가족, 지인, 예술가들과 나눈 편지들로 그녀의 삶이 채워져 있었다.
결혼, 소설, 작가, 자유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 찬 편지들은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속박당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는 건 한편으로 잃을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잃을 것이 많은 상황 속에서 주류에 벗어나 자신만의 소신을 외치며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이란 책의 부제처럼 말이다.
책표지의 선을 접으면 책 한 권이 편지봉투에 담긴 듯한 모습이다. 마치 진짜 버지니아 울프로부터 편지가 온 것처럼 말이다.
자신만의 소신과 용기가 가득한 멋진 여성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볼 수 있는 책.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다시 책표지를 보았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담배를 문 그녀의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