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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퀸의 대각선
2024.07.29~30.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퀸의 대각선 2
2권이 시작되면서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마치 1권은 2권의 빠른 호흡을 위한 밑바탕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2권은 스파이 소설에 가깝다. 니콜이 소련의 KGB 요원이 되고, 모니카는 미국의 CIA 요원이 되어 세계 여러 사건들과 얽히면서 서로를 향한 복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IRA 무장 투쟁, 소련 붕괴, 오사마 빈라덴의 911테러까지. 누구나 알만한 세계의 굵직한 사건들이 그녀들의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니콜과 모니카는 천재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너무나 다른 성향으로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실제 체스 게임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사람들을 움직여 체스 게임하듯 서로를 겨누기 시작한다. 결국 모니카는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끼게 되고, 니콜은 한쪽 눈을 잃는다.
그렇게 이어진 서로에 대한 경쟁심과 복수심은 두 천재들을 평범한 삶으로 안내하지 못한다. 1972년 열두 살 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2045년 그녀들이 여든다섯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과연 여든다섯 할머니들이 펼치는 목숨을 건 체스 게임은 어떻게 될까?
<홀로 대 모두>
[집단이냐, 개인이냐. 이건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야. 우리는 상반된 인식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게 아니니까. 너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깨달은 결론도 결국 그거 아닐까. 270p.]
니콜과 모니카는 공통점이 많다. 일단 그 둘은 천재적이며 강인하다.
니콜은 감각 박탈 고문을 당하고 겨우 탈출하자마자 아버지가 죽는다. 그리고 양떼목장을 운영해 억만장자인 아빠의 유산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소련으로 가 스파이가 된다.
모니카는 우울증이 심해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위인들의 우울증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이겨낸다.
각각 안락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기꺼이 비밀스러운 조직에서 일하며 서로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그리고 그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 그 해의 중요한 사건들을 월별로 기록하며 정리한다. 그렇게 세계의 정세를 살피며 체스판의 말을 조정한다.
그런 그녀들의 천재성을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써버린 게 아쉽다. 그저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을 꾸렸다면, 그 상황에 집중하느라 서로를 잊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체스판에서만 서로 다투며 말이다. 나 또한 그런 그저 그런 체스판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궁금했었다. 이렇게 스케일이 커질 줄이야!
체스와 여성, 그리고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쓴 사실적인 소설을 보며 아직 종식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냉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는 개인이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 집단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개인주의자이고,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뛰어난 개인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니콜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순한 앙숙이 아니라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야. 나는 너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모든 것, 자본주의, 금권주의, 부패, 천박함, 철학적 풍토로 자리 잡은 이기주의가 혐오스럽고 역겨워. 소위 서방 국가들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노예로 전락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시스템을 은폐하기 위해 인권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어. 위선의 극치라고 할 수 있지. . 268p.]
여든다섯이 된 할머니 니콜과 모니카. 누가 체스 게임에서 승리하게 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역시나 재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