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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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14.
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문장과 장면들

단상집.
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단편적인 생각들을 모은 단상집.

미색의 종이 위에 촉이 있는 펜으로 꾹꾹 눌러 담은 단상의 모음.

모난 돌멩이를 다듬 듯 조각조각 다듬은 언어로 만들어진 단상들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단상을 읽으면 쉽사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뗄 수 없다. 얼마간은 생각에 잠겼다가, 얼마 동안은 생각들 사이에 스며든 느낌을 간직하다가,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렇게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단어를 오목조목 다듬으며 글을 쓸 수 있는 거지? 감탄을 하게 된다.

시라기엔 길고, 에세이라기엔 짧은.

우연히 까만 모니터를 통해 희미하게 비친 낮달을 보며, 아무도 모르지만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밝게 더 높이 떠오를 그날을 위해 낮달의 시간(until your moon rises)을 썼다.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아침, 오후, 저녁, 한밤으로 이어진 단상의 이야기.

그 작은 속삭임들이 위로를 가져다준다.

에세이를 읽기엔 길고, 시를 읽기에 너무 짧다 싶다면 단상집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 정도의 글로, 멈추었던 여러 단어를 다시 느낄 수 있다. 한 줄 한 줄 함축되어 있는 단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책은 얇다. 호흡도 짧다. 하지만 생각과 느낌에 머무르다 보면 쉽사리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너무 많은 오늘이 내일에게 빼앗겼는지도 모른다. 눈치를 보다 양껏 먹으려던 식사를 덜어 내고, 용기 내 건네려던 만들을 삼키며, 아직은 알 수 없는 행운과 불행에 지나친 기대와 두려움을 집어먹는 바람에 제 몫을 다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는 오후다.
30p.

상상력은 마음이 괴로울 때, 우리를 가장 근사하게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이다
34p.

변하지 않는 상황을 투정하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찾는 것. 이해되지 않을 때조차 스스로를 이해해 시키는 일, 자기 합리화는 나의 무기다. 비겁한 자기변명보다는 다정한 자기변호에 가까운 일이다.
92p.

취향을 가졌다는 것은 선택지를 가졌다는 것.
127p.

조건 없음의 유일한 조건은 무한한 믿음
149p.



가랑비메이커의 에세이다. 이 전에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마음이 다시 생각났다.
https://m.blog.naver.com/freyja24/22271807250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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