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거부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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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히나와 브로글'
히나는 여성이고 브로글은 실패자다.
이 세계에선 성별을 정할 수 있다. 열다섯 살 생일이 되면 말이다. 부모의 재산과 기초 학교 성적으로 성별, 직업, 외모까지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우위 성별인 '히나'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리고 성별은 곧 신분이 된다. 주인공인 나는 생일을 앞둔 미결정체이다. 그리고 한 번도 히나를 꿈꿔본 적 없는 예비 브로글이다.

소설은 각각 레드 스테이지와 블루 스테이지가 펼쳐지는 두 세상 속 각각의 '나' 가 있다. 즉, 두 개의 계급이 있는 곳에서 두 개의 스테이지가 있고, '선한 포기자'와 '악한 도망자'가 나온다.

그리고 소설 속 설정은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지금 이 세계를 비튼 설정들이 등장한다. 우위 성별인 히나가 여성을 의미하는 '가모장 제도'가 있는 곳이며, 앤디 워홀은 '안나 워홀'로 성별이 뒤바뀌어 나타난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라카미 나오미'가 돼버린다.


청소년 SF인 이 소설 속 장치들은 꽤나 냉철하고 잔인하다.
이미 결정된 삶에 미결정체인 주인공은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 히나가 되어서도, 브로글이 되어서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아마 이 부분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헬 조선'이란 말로 지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어는 헬+조선의 조합이다. 말 그대로 hell(지옥)+조선시대 같은 신분이 있는 곳이다. 흙수저와 금수저가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맞게 선택되어진 건 아니었을까?..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도 이미 선택되어진 건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일이라......
나는 그제야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열 살이 넘은 후로는 히나로 사는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되고 싶은 것도 전혀 없었다. 질문을 바꿔 보았다.
만약 브로글이 된다면? 역시 되고 싶은 건 전혀 없었다.
깨달음이 왔다. 히나건. 브로글이건 간에 되고 싶은 건 전혀 없었던 것. 바꿔 말하면 그동안은 쭉 죽어 있었던 것.
그저,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
살아 있는 흉내만 냈을 뿐. 나는 희망이나 꿈같은 단어를 모르고, 아니 줄곧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
269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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