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의 '건담'은 70대 중반의 화교 출신 중국요리사 두위광의 옛 이름이다. "찌엔딴(건담)"은 '대식가처럼 많이 먹는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 주방에서는 주방장을 "싸부"라 부른다. 즉,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중국요리 주방장인 '두위광'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두위광은 11살에 주문동이를 시작으로 중국집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60년이 넘는 시간을 중국요리를 만드는 데 힘썼다. 청와대에서 요리를 받아 갈 정도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저 동네 중국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마저도 뺏기고, 집도 팔게 된다. 그리고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똑같이 반복했던 일에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분자요리를 하는 본경과 차를 마시는 나희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위광도 그들에게 배운다. '건담'이라는 자신만의 성안에서 살던 두위광은 마을을 산책하고 여러 음식점을 다니며 자신이 하던 방식을 깨고 소통한다. 그리고 건담에서 점 하나가 찍혀 '전담'이 된 중국요리집을 운영하게 된다. 바로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은 60대 아니 50대만 돼도 자신의 고루한 방식을 유지하면 젊은이들에게 '꼰대' 소릴 듣는다. 그런데 70대 중반의 노인이 변화한 것이다. 탕수육의 소스는 무조건 부어서 나가야 하고, 음식은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며 사진부터 찍는 손님들에게 강권하는 사람에서 소통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두위광은 소위 펀즈(미친사람)이라는 소릴 듣고, 주방을 큰소리로 지휘하곤 했지만 야박하거나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다. 실력이 있고 그 실력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망했을 때 그의 곁엔 사람이 남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변했다. 나도 그렇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따뜻한 주말 드라마 느낌이다. 4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라 묵직하고 여백도 얼마 없고 그림조차 없는 책이지만 재밌다. 폰트도 마음에 들고(출판사에 연락해서 무슨 폰트인지 물어보면 알려줄까?) 화교 출신 중국요리집에서 쓰는 생소한 용어들도 익숙해지니 정겹다. 나는 평소 요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식사를 챙기기보다 끼니를 때우는 스타일이었는데, 요리를 통해 지친 마음과 영혼을 달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중국집에 가서 '중국식 냉면'을 꼭 먹어봐야겠다."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깨고 혼란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갖고 있었던 것마저 거둬갈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모른다. 변화해본 적이 없으니 알턱이 없다. 이렇다 할 정답을 말해주는 이도 없으니 변화해봐야 알 일. 그 길을 한번 가보기로 하자. 그러나 이제는 안다. 변화는 기회를 만든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425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