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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버틸 용기
민원정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의 한국을 흔히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으며 취직을 해도 인턴,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많다. 그래서 청춘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다. 금수저, 흙수저 라는 단어로 앞으로의 인생을 어느정도 결정짓는 이곳. 그래서 한번쯤 한국을 떠나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또한 그랬다. 다른 나라는 왠지 대한민국 보단 경쟁이 덜해서 여유로울것 같다는 허황된 생각말이다.
이 책은 "칠레"라는 낯선 곳에서 16년을 산 저자가 타국에서의 결코 녹록치 않았던 삶을 이야기해 준다. 무모하게 칠레로 떠난 저자. 그곳 사람들은 무책임했고, 같이 일하자고 하면서 월급은 한국대사관에서 줄 수 있는지 묻는다. 30시간이나 비행한 후 지구 반대편 나라인 칠레에 도착한 저자에게 닥친 삶이었다.
한국에 반감도 있었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많은데 한국에서 딴 박사학위라고 면막을 당했다. 이혼을 했고, 행여 부탁이라도 할까봐 칠레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출입금지도 당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학국문화와 한국어에 관련된 강의로 칠레 가톨릭 대학교에서 비정년 트랙 교수직을 받는다.
외국에서 교수로 몇년동안 일하고 금의환향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 저자또한 그렇게 생각했지만 타국에서의 삶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해야 했고, 고달프고 퍽 외로웠다.
문화적 고아. 문화적 이방인.
타국에서의 삶을 나타내는 적절한 단어는 바로 이것일 거다. 16년이나 칠레에서 살았던 저자가 매번 느끼는 외로움도 이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백인 우월주의가 있는 그곳에서 동양인이라 겪었던 고충, 한국인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동양인이자 여자이자 교수로서 홀로서기 까지의 과정에 감정이 이입되어 부당한 일을 당한 이야기가 나오면 화가났다. 이렇게 용기있고 멋진 사람한테!!!
그리고 저자에게 보내온 어이없는 메일들까지.. 한국에 대해 척박하다 싶을 정도로 낯선 그곳이기에 교수로서 입지가 있기 때문에 여러유형의 메일을 받는듯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얼마 안되는 월급에 치여 살고, 프로젝트를 따내지 않으면 언제 계약이 끝날지 모르는 "비정년" 트랙 교수였다. 그런데 직업이 교수라니 그저 편하게 강의하고 편하게만 사는줄 아는것 같았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한국이 싫어서 도피처가 아니라
치열한 한국에서 버틸 용기가 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을 때,
그때 과감하게 떠났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칠레에서 열심히, 멋지게 삶을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칠레에서 계속될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