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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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갇혀 살던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는 2015년 5월, 6년 만에 고향인 제주 앞바다에 방사되었다. 복순이와 태산이는 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후 제주의 돌고래 공연업체에 넘겨졌고 2011년 해경에 의해 적발되었다. 2013년 대법원은 공연업체에게 네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를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이 돌고래 공연업체는 제주 중문 관광단지에 있는 퍼시픽랜드이다. 불법 포획된 복순이는 1500만 원에 팔려 갔다고 한다. 같이 포획된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으로 팔려 갔다고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드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살던 돌고래가 갑자기 줄줄이 잡혀 와서 공연장에서 점프를 강요받는다. 점프 훈련을 시킬 때마다 생선을 줄 것이고 공연 때 높이 뛰어오르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돌고래들에게 얼마나 시끄러운 소리였을까. 좁디좁은 수족관은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했을까.


그리고 고백해야겠다. 나도 돌고래쇼를 보고 박수 치고 환호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랬었다. 돌고래쇼는 항상 인기이다. 커다란 공연장에 항상 관객들이 가득하다. 돌고래들이 점프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수족관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 인간의 눈에는 커 보이겠지만 바다에서 살던 그들에게 수족관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나도 돌고래쇼를 보고 즐겼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때는 돌고래들이 불법으로 잡혀와 그런 공연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여러 기사를 찾아보며 더욱 분노했던 것은 퍼시픽랜드의 그 좁은 수족관 때문이었다. 아무리 좁다고 해도 바다 생물을 잡아와서 기르는 곳인데 하며 생각했었다. 하지만 퍼시팩랜드의 사육수조(돌고래들이 공연 후 머무르는 비공개 수조를 말함)는 거의 목욕탕의 풀 수준이었다고 한다. 너무 좁은 수조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돌고래들의 폐사가 계속 발생했다고 하니 정말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사실을 핫핑크돌핀스라는 해양환경단체가 발견했고 이들은 즉각 '납치된 돌고래를 바다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입이 서로 엇갈린 채 태어난 복순이는 우울증이 심했고 냉동생선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바로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에도 나오듯 복순이는 같이 지내던 태산이의 새끼를 임신하게 되는데 당시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들은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돌고래는 임신을 해도 크게 몸의 변화가 없어서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한다.

이 그림책 [돌고래 복순이]에도 나오듯이 복순이와 태산이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춘삼이, 삼팔이와 함께 제주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오랜 기간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살아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이다. 그래서 복순이와 태산이는 2013년 4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2015년 5월 14일, 야생 적응 훈련을 목적으로 제주 바다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서울대공원에서 제주도까지 장시간 이동을 했고 복순이는 가두리로 옮겨진 직후 사산을 했다. 다행인 것은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던 복순이가 가두리로 옮겨진 후에는 활달한 모습을 보이며 활발히 헤엄치는 모습이 'KBS 환경스페셜'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2018년 기사에 따르면, 복순이가 갓 태어난 아기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복순이와 함께 방사되었던 태산이는 2022년 8월 서귀포 앞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남방큰돌고래들의 등지느러미는 사람의 지문처럼 모양이 달라서 이를 이용해 개체 확인을 한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태산이가 자연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잡혀온 돌고래들의 안타까운 삶에 관한 그림책 [돌고래 복순이] 우리가 무심코 즐겨 보았던 돌고래쇼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였던 돌고래들에게 이런 아픈 사연이 있었는지 몰랐다. 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대공원조차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알고 산 것인지 모르고 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돌고래를 잡아오는 인간도 있는 반면,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인간도 있다. 이도 저도 모르고 돌고래쇼를 보고 즐거워하는 인간도 있고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아름답고 소중한 바다 생물에 관한 관심과 사랑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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