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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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정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금물이다. 이 책을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더 정확하고 더 철저하게 이해해 보자.

사실 제목에 끌렸다. 이 복잡하고 거대한 세상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누가 설명 좀 해 줬으면 했다. 내가 생각한 그런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지난 50여 년간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를 해 온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라고 한다.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김영사 서포터즈로서 3월 책을 3권 골랐는데 그중 두 권이 매우 어려웠다.

저자가 서문 "왜 지금 이 책이 필요한가"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숫자로 가득하다. 엄청나게 크거나 작거나 한 숫자이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심증적 추측을 한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의 숫자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숫자의 단위가 기본적으로 매우 크다. 그래서 부록에 '자릿수'에 관한 부분을 먼저 보고 시작하라고 권한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엄청나게 커진 규모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릿수에 대해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선 나와 같은 보통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사실이 사실이 아님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적나라하게! 그중 한 가지가 바로 '탄소 중립'이다. '탄소 중립 (Net Zero)'이란 인간 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감축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하여 순 배출량을 실질적인 '0' (zero)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불타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구 온난화 1.5도 C 특별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2017년 지구 온도 약 1도 C 상승은 인간 활동 때문임을 밝혔다. 1.5도 C를 넘어설 경우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세계 주요 나라에서 이상 기후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2050 완전한 탈탄소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우선 목표는 '완전한' 탈탄소화가 아니라 '탄소 중립'이다. 지속적은 배출은 허용하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저장하거나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거나 하여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한다는 뜻이다. 5나 0으로 끝나는 해에 순배출을 제로로 낮추겠다는 목표 설정이 이미 '미투 게임'으로 번졌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왜냐고?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370톤을 넘었다(2019년).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전례 없던 규모와 속도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대규모 전환이 당연히 일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 만약에 무리하게 시도할 경우, 세계경제는 후퇴할 것이다. 혹은 이를 가능하게 할 매우 급진적 기술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데, 인류의 과학 기술이 아직 여기에 미치는 수준이 아니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엄청난 지식이 녹아 있다. 그래서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50여 년간의 연구가 들어 있는데 어찌 가벼울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어려운 책일수록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집요하게 생각하고 살피며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 속의 방대한 자료와 증거의 무게에 짓눌려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방대한 연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적인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본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구가 곧 멸망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견해도, 숫자를 읽지 못하고 온갖 장밋빛 희망만 늘어놓는 무책임한 주장도 우리는 따르지 말아야 한다. 결정된 미래는 없다.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렵기도 했지만 흥미롭게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식량, 환경, 에너지, 바이러스, 기후 변화에 관한 그의 과학적이고 냉철한 견해와 주장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해당 도서는 김영사의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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