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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선하게 살고 싶은가? 남들보다 조금 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결론부터 말하자. 선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시도하는 것조차 별 의미가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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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왜?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지만,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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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사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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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옆을 걷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를 보았다. 누구나 그 상황에 처해 있다면 아이를 구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렇게 생각했다. '음, 저 아이를 구해야 하지만 어제 산 이탈리아제 비싼 로퍼를 망가뜨리고 싶진 않군.' 하며 그냥 지나친다. 누구나 이 사람을 악독한 인간이라고 욕할 것이다. 사람 목숨이 신발보다 귀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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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즈음, 빌 게이츠가 거의 300억 달러를 자신이 설립한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엄청난 금액이 아닌가? 호주 출신의 공리주의자 피터 싱어의 말을 들어 보자. "빌 게이츠는 300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여전히 재산이 530억 달러이며 <포브스> 선정 가장 부유한 미국인 리스트의 상위에 있다. 그가 시애틀에 소유한 저택은 1억 달러 이상이며 그 외에도 엄청난 재산이 있다. 그런데도 그의 기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가 더 소박하게 살면서 그 돈을 기부하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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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공리주의자 피터 싱어의 관점이다. 빌 게이츠는 300억 달러를 기부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530억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중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사람을 보는 것이다. 이미 빌 게이츠는 300억 달러는 기부했는데? 그래서 나쁜 놈이라고? 대체 그렇다면 빌 게이츠가 '최대' 얼마를 내놓아야 옳은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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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300억 달러라는 큰 돈을 기부했다. 세상에는 300억 달러가 아니라 300달러도 기부한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피터 싱어는 100% 완전무결한 공리주의자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슈어는 그렇게 평가했다. 이러한 싱어의 관점을 간단하고 알기 쉽게 보여 주기 위해 재구성 한 예가 바로 연못에 빠진 아이와 로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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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다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예쁘다거나 갖고 싶다는 이유로 집안에 들인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나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것이 싱어의 관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은 실제로 행복을 수치로 계산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야기한 벤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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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금액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 금액을 계산하고 저축과 응급 상황을 위한 돈을 남겨 두고 나머지는 모두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싱어는 1999년 <뉴욕타임즈>에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에 쓰는 돈은 모두 기부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하드코어 철학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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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싱어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산다. 학계에 적도 많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비싼 청바지를 샀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 보자. "그 청바지 가격이면 아프리카에서 굶주리고 있는 아이 10명은 도울 수 있겠다. 너 집에 청바지 많이 있잖아." 어떤 물건을 살 때마다 누가 옆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피곤할까? 이를 '윤리적 피로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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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정보는 흘러넘친다. 나는 좋은 의도로 행동했는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친절하게 이렇게 알려 줄 수 있다. "이야! 너 아이폰 14 샀구나? 대박 멋있네! 그런데 지금 인도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 대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란 말인가? 이런 윤리적 딜레마는 너무 피곤하다. 그냥 남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더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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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고 유용한 철학책을 만났다. 철학이 우리 삶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매일 내리는, 또 내려야 하는 무수한 결정에서 철학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철학자의 사상과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만약 임마누엘 칸트라면? 피터 싱어라면? (피터 싱어는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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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한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때로 윤리적 피로감이 파도처럼 몰아닥칠 수도 있다. 때로는 천사의 속삭임에, 때로는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정말 재미있는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당신을 위한 유쾌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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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김영사의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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