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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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시선은 사랑스러운 젊은이들에게 향한다. 그들은 불가해하면서도 살짝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다. 힘 있으면서도 가여운 존재, 모든 것을 알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 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젊음 때문이 아니라고 소피는 생각했다. 그 반짝임은 그들의 배경과 타고난 특권 때문이다. 그들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방식과 음료를 잡는 방식, 무심히 휴대전화를 보며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에서 은연중에 드러나는 어떤 암시말이다. 아무리 꾀죄죄해 보이더라도 그들은 그 외양을 뚫고 빛을 발하는 돈이라는 광택제를 소유하고 있다. -127쪽-

2017년 6월과 2018년 8월, 그리고 2016년 9월의 이야기가 챕터별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 1장에서는 킴이 칭얼거리는 아기를 돌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2017년 6월의 어느 후텁지근한 금요일 밤 11시, 평소라면 외출했다가 돌아와 시원하게 한 잔 마실 시간이지만, 킴은 머리를 틀어묶고 아기가 대박 울기 전에 달래는 중이다. 킴은 젊은 나이에 두 아이를 낳았는데 몹시 힘든 육아를 했다. 밤에 잠 못 자는 건 기본이고혼자만의 시간도 없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킴이 아기 엄마인 것 같지만, 킴은 아기의 할머니다. 1년 전 십 대인 딸 탈룰라가 아기를 낳아서 이제 킴은 39세의 젊은 할머니가 된 것이다. 손자의 이름은 노아, 돌이 된 남자아기이다.






딸 탈룰라는 초등생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던 잭과 연인으로 발전해 임신까지 하게 된다. 임신 직후 잭과 헤어졌으나 얼마전 잭이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다시 합치고 싶고 노아를 함께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 킴의 집에 킴과 아들 라이언(고등학생), 딸 탈룰라, 사위 잭, 그리고 손자 노아까지 함께 살고 있다. 여기는 영국의 한 작은 마을, 시골이라면 시골이고 아니라면 아닌 그런 마을이다. 탈룰라는 일주일에 세 번 맨튼에 있는 맨튼칼리지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신입생이다. 남자친구 잭은 대학에 가지 않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중이다. 킴은 딸을 위해서 손자를 양육하고 있다. 자신의 두 아이를 키우느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던 육아를 다시 시작하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이들을 싫어하거나 잘못 키운 것은 아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손자도 사랑한다.

2017년 6월의 그 후텁지근한 금요일 밤, 탈룰라와 잭은 모처럼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탈룰라는 학교 친구들을 만났고 더 놀다 와도 되겠냐고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다. 손자를 빨리 재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킴은 놀고 싶은 만큼 놀다 오라고 답장을 보낸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잭과 탈룰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음성 메시지로 넘어갈 뿐이다. 그렇다. 그날 밤 이후 잭과 탈룰라는 그냥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이 책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의 원제가 The Night She Disappeared이다.




2018년 8월 메이폴 하우스, 그림 같은 마을 업필드 커먼에 있는 저택. 지금은 A 레벨 시험(영국 대입 준비생들이 치르는 시험)에 떨어진 16~19세 학생들은 위한 사립 기숙학교로 운영된다. 한마디로 패배자들을 위한 고급 사립 학교. 여기에 숀이 교장으로 부임한다. 40대 이혼남, 7세 쌍둥이들이 있다. 숀의 여자친구인 소피, 런던에서 활동하는 추리소설 작가이다. 숀과 사귄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새로운 소설을 쓰는 데 좋을 것 같아 남자친구를 따라오게 된다.

어느 날 소피는 사택의 뒷마당에서 '이곳을 파보시오'라는 말과 화살표가 그려진 표지판을 발견하고 무엇에 끌린 듯 땅을 판다. 그리고 발견된 1년 전 실종자들의 물건. 소피의 발견으로 인해 경찰은 거의 중단되다시피한 사건을 재수사하게 되는데 ......

이 책의 제목인 다크 플레이스, 1643년에 지어졌지만 조지 양식과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사연 많은 고저택. 여기는 스칼렛 자크네 가족의 소유이다. 스칼렛 자크, 문제 많은 부잣집 십 대 소녀, (더 문제 많아 보이는 엄마까지)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대단히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자유분방한 소녀.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 스칼렛은 다른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능력을 지녔다. 자신이 스칼렛이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갖게 만드는 재능. 다들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스칼렛의 간택이 필요하다. 탈룰라는 맨튼 칼리지에서 사회복지학을 스칼렛은 미대를 다닌다. 결코 스칼렛의 간택을 받을 수 없을 것같던 탈룰라는 예상을 깨고 그녀와 친구가 되는데 ......




500페이지의 분량임에도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도대체 탈룰라와 잭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죽은 걸까 아니면 실종인가? 다크 플레이스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으스스하고 기괴한 그러나 아름다운 저택에는 뭔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있는 것 같다. 탈룰라와 잭, 스칼렛을 둘러싼 이야기가 하나씩 하나씩 펼쳐진다. 이 책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저자 리사 주얼은 비틀린 내면을 가진 주인공과 그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어두운 영향을 긴장감 있게 서술한다는 평을 받는다.

어젯밤 다 읽었다.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소설 속의 무덥고 습한 영국의 여름과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을 읽고 있는 지금 여기의 무더위가 겹쳐지면서 내가 마치 메이폴 하우스에, 또 다크 플레이스 주변을 서성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추리소설 작가 소피가 되어 '이곳을 파보시오' 표지판이 있는 땅을 파고 인터넷에서 다크 플레이스의 역사를 검색한다. 여러분도 무더운 여름 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소피가 되어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을 파헤쳐 보시기를 권한다.

해당 도서는 한스미디어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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