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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평점 :
시간이 아까워서, 좋아하는 거만 하면서 살고 싶어서 퇴사하고 떠난 세계여행, 그러나 여행기가 아닌 이야기. 재취업하지 않고 뭐 먹고 사냐고요? 우리는 잘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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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긴 여행을 떠났다던 무라카미 하루키, 그 북소리는 누구에게 들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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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직장만 가지면 더 바랄 것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서른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던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각종 책을 섭렵하며 준비를 했다. 그러나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을 줄 알았던 서른의 현실은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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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둘 다 30대 초반이고 직장도 가까웠던 부부, 직장도 그만두고 함께 세계여행을 떠날 정도로 뜻이 맞았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은 여행 중에 싸우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라고 한다. 24시간 붙어 다녀야 하는 여행을 같이 하다 보면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깨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단한 부부는 거의 싸울 일이 없었다고 했지만, 남미에서 남편이 말했다. "아, 진짜 안 맞아." 금기어, 안 맞아. 금기시했던 그 말을 남편이 내뱉은 거였다. 하지만 책에 나온 부부의 달콤한 사진을 보니 그 정도야 뭐 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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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500일 동안 세계여행을 하면서 대체 얼마를 썼느냐는 것이었다. 부부가 거의 1억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또 궁금한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는 뭘 먹고 살 거냐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 부부처럼 세계여행을 하기 위해 퇴사한 부부들의 실감 나는 인터뷰가 실려 있다. 돌아와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부부도 있고 책방을 내고 작가가 된 부부도 있고 재취업을 한 부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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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역시 '월급' 때문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원이 없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돌아와서 재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저자는 월급이 끊겨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토록 불안했던 퇴사, 그러나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후 얻은 것이 바로 그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500일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해 보니 어디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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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세계여행은 늘 불안해하며 살았던 자신을 불안으로부터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것이 이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한다. 돌아와서 재취업을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최대한 살려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고 또 제주도에서 일 년 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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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서른을 맞으니 어떻게든 살게 되었고 퇴사 후 여행을 다녀오면 굶어 죽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내고 그 수입으로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내면의 두려움을 깨고 세계여행에 도전하고 좋아했던 요가를 가르치며 살고 있는 저자의 용기가 부럽다. 그들은 백수부부에서 작가부부가 되었다. 이제 막 긴 마라톤을 시작했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뛰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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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도서출판 푸른향기의 서포터즈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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