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 사진작가 산들의 버릇처럼 남해 여행,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이산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해가 좋아 사진이 좋아 버릇처럼 남해를 여행하는 작가 이산들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남해 여행 에세이



"간호사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누고 돕는 일이라면, 사진작가는 다른 사람의 행복과 즐거움을 기록하고 돕는 일이니 분명 통하는 게 있네요. 유난히 따뜻했던 글과 사진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갑니다."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이산들, 푸른향기, 269쪽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산들 작가는 원래 수술실 간호사로 일했다. 간호사 중에서도 수술실 간호사는 매우 긴장도가 높기 때문에 훨씬 힘들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찜통더위 속에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응급실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우연히 보게 된 숙소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뺏기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곧바로 남해로 향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간호사 이산들과 남해의 첫 만남이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아무 예정도 아무 계획도 없는 만남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다만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남해가 좋아서 남해의 그 모든 아름다운 모습들을 남기고 싶어서 직업까지 바꾸게 될 줄은 말이다. 인생은 때로는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런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보통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간호사를 하면서 틈틈이 사진을 배우고 남해를 갈 때마다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당장 남해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해, 아주 오래전에 가 본 적이 있다. 아마 5월이나 6월 초쯤이었을 것이다. 독일마을이 정말 아름다워서 마치 유럽의 한 마을에 온 것 같았지.


사실 이산들 작가의 말처럼 남해는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자차로 가든 다른 교통수단으로 가든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아마 작가는 남해로 가면서도 서울로 오면서도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은 사람이 손이 많이 타지 않은 듯한 곳, 카메라를 내려놓고 손가락 프레임으로만 봐도 아름다운 곳,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곳...... 남해다.


매일 전쟁터 같은 수술실에서 한바탕 일을 하고 나면 항상 몸과 마음이 지치고, 그런 날에는 따뜻한 남해가 떠올랐다. 변했을까 걱정했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 똑같이 나를 맞아주는 남해, 이곳에 오면 행복해져야 할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라 정말 멋진 사진이 많았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마치 내가 남해 어느 한곳에 있는 것 같았다. 남해의 봄, 남해의 여름, 남해의 가을, 남해의 겨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어딜 가나 탐스럽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 있노라니 [빨강 머리 앤]에 나온 벚꽃길이 떠올랐다. 앤은 '눈의 여왕'이라고 이름을 붙였지. 나는 특히 남해의 바다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햇빛을 받아 출렁이는 물결,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은 그런 찬란함......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남해의 바다.


책의 곳곳에서 '작가가 알려주는 사진 찍는 팁'을 볼 수 있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리개는 몇으로 맞추고 감도는 몇으로 맞추고 하는 말을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작가가 찍은 별 사진과 저녁노을에 잠겨 있는 남해 대교의 사진을 보니 옛 추억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놓치지 아까운 순간들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그 찰나의 셔터를 누르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과정들, 생각들을 이렇게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가 탄생했다.


'사진에 미친 여자' 이산들, 그녀가 부러웠다. 무엇에 미쳐본 적이 언제였지? 사진이 뭐가 그렇게 좋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진은 한순간을 여러 번 살아볼 수 있으니까." 그녀는 곧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의 시간들을 선명하게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사진에 미쳐있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무엇에 미쳐있는 중일까?


해당 도서는 도서출판 푸른향기의 서포터즈6기로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