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인들 - 내 안의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오설자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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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에 교사가 되어 35년 동안 함께 보낸 어린이들, 그 천진난만한 시인들에게 바치는 책 [나의 어린 시인들]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한때 나도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스무 살에 교사가 되어 무려 35년 동안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쳐 온 오설자 선생님은 말한다. 어린이들과 헤어지고 나서야 그 시절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고. 때로는 좌절하고 무너지는 날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영혼을 지켜준 것은 함께했던 어린이들이었다고.





오설자 선생님은 '어린이'라는 말이 참 좋다고 한다. '아동'이라는 말이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쓰지 말고 '어린이'라는 말을 쓰라는 공문이 왔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 받았던 상장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위 아동은'으로 시작하는 상장의 문구를. 그렇게 어린이들이 좋아 함께했던 35년의 세월.

천성적으로 어린이들은 시인입니다. 어린이들은 물건에 이름을 지어주고 생명을 줍니다. 생명이 있건 없건 이야기를 하고 친구가 됩니다. 날마다 벌어지는 일들이 궁금하고 재미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10쪽

1학년을 두 해 연속으로 맡은 후 1학년 학부모들을 위한 안내서를 썼던 오설자 선생님, 삽화에 어른의 일러스트보다 어린이의 그림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렸던 혜원이 그림이 실리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백색의 종이가 무척 두렵다. "난 그림 못 그려요." 그런 아이들에게는 더 작은 종이를 줘야 한다. 그렇게 젊은 오설자 선생님도 한 가지씩 배워갔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우유 급식이 있었다. 우유를 무척 싫어하던 나는 학교 급식 우유가 유난히 더 맛이 없게 느껴졌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우유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딘가에 우유를 숨겨놓고 집에 간다. 며칠 후 발견된 우유에서는 악취가 난다. 그래서 오설자 선생님은 남은 우유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플레인 요구르트를 가져와서 우유에 붓고 발효를 시켰다. 여기에 딸기잼을 조금 섞어 딸기 요구르트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먹게 했더니 줄을 서서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우유는 사라졌다고 한다.

정말 재미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일화가 많다. 때로는 시인이 되고 때로는 화가가 되고 때로는 작가가 되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이 별빛처럼, 햇살처럼, 꽃잎처럼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래서 이것이 이 책 [나의 어린 시인들]의 목차가 되었다.

하지만 교실에서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일 외의 업무, 아이들과의 갈등, 가르쳐야만 하는 부담감. 훌륭한 선생이 되려고 할 게 아니라 좋은 선생이 되려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도 저도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아이들로 인해 힘을 얻기도 하고 아이들로 인해 힘이 들기도 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어린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오설자 선생님은 강조한다.

마치 1학년 교실을 엿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때로는 깔깔대며 웃었고 때로는 마음이 저려왔다. 완벽한 선생님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1학년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보듬으며 그 시인들에게 그 화가들에게 그 작가들에게 인생을 배웠을 것이다. 내 안에 어린아이가 살아 있는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어린아이를 깨워줄 책 [나의 어린 시인들]을 읽어보자. 1학년인 나를 바라보자. 그 아이는 시인이었고 화가였고 작가였다.

해당 도서는 푸른향기 출판사의 서포터즈 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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