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여고생 (리커버)
슬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나를 찍는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없을 경우에는 땅바닥이나 가방 위에 카메라나 휴대폰을 세워두고 10초의 타이머를 맞춘 후 부리나케 뛰어가 포즈를 취한다. 부끄러움을 뛰어넘을 만큼 나는 내가 담긴 사진이 좋다. 세상 어느 누구도 찍을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사진. -133쪽-

나는 에세이 특히나 여행 에세이를 딱히 읽어본 적이 별로 없다. 이번에 #푸른향기출판사 의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어쩌다 쿠바]를 시작으로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있고 이제는 푹 빠졌다고 해야 할까?

이 꼬마 아가씨, 정말 큰일 낼 아가씨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1998년생 시흥 토박이로 태어난 슬구(신슬기) 저자는 17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18살에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일본으로. 원래 엄마와 함께 갈 예정이었는데 일 때문에 바쁘신 엄마는 "나 못 간다" 선언하시고 이미 티켓팅 한 표가 아까워 "나 혼자라도 가겠다"라고 선언하며 정말 혼자 일본을 다녀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어쩌다 혼자 떠난 거야?"

"그러게, 나도 몰라."

그렇게 어쩌다 혼자 떠난 슬구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고 해야겠다. 소중한 카메라와 함께였으니.

혼자 여행하면 누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가 좀 어려운데 이 꼬마 아가씨는 저렴이 삼각대를 이용해 10초를 맞추고 부리나케 뛰어가서 각종 포즈를 다 잡았단 거네?

저자 자신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게 혼자 사진 찍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부끄러움을 뛰어넘을 만큼' 내가 담긴 사진이 좋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사진을 찍는 것이 어색하다. 얼굴에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아서일까? 아이들만 열심히 찍어주게 된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찍어놔야 되는데......


18세 고등학생의 풋풋하고 산뜻한 감성이 살아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아무도 없이 어떻게 혼자 여행을 했을까, 무섭지 않았을까, 이런 여러 가지 부수적인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단순하고 편안하게 18세 고등학생이 이끄는 대로 통영도 가 보고 경주도 가 보고 제주도 가 보았다. 18세 여자아이의 꿈과 발랄함이 묻어있는 사진이 너무 예쁘고 신선하다.

여행 경비를 아끼느라 삼각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버스 대신 걷고 또 걷고. 그러다 만난다.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지에서 따듯한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도 받는다. 그것은 그렇게 그녀의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에세이가 된다. 슬구의 달콤하고 발랄한 단 하나뿐인 감성 에세이, 그렇게 [우물밖 여고생]이 탄생했다. 슬구 작가의 다음 말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왜 하필 지금 여행을 하냐고 물으면, 너는 왜 지금 여행을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사실 여행은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하지만 나는 지금의 미숙한 여행이 좋다. 실수하고, 서툴고, 가슴 벅찬 지금이 좋다.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이런 감정을 과연 먼 훗날의 여행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자신 있게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10대에는 10대만이 느끼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내 선택은 옳았다. -120쪽-

 

군위 급수탑에서 웅크리고 찍은 그녀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찍을 수 없는 오직 그녀만의 사진. 바닥에 웅크리고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안고 찍은 사진, 그녀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우물밖 여고생]이 출간되고 6년이 지나 이제 슬구 작가는 25세가 되었다고 한다. 파릇파릇한 젊음, 25세의 슬구 작가를 응원한다. 힘들 때마다 그녀의 사진을 꺼내 보면서 위로를 얻고 싶다. 그녀가 타인의 시선과 부담을 모두 씻어낸 맨얼굴을 보듯 이제 나도 나의 맨얼굴을 마주해야 할 때이다.

해당 도서는 도서출판 푸른향기의 서포터즈 6기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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