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가짜 같아. 여기 없는 것 같아."

"난 아무 데도 없어."

"어딜 가나 내 존재는 변함이 없어. 판에 박힌 인생,

늘 제자리걸음이야."

나탈리.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로

발리에 오게 되고

오자마자 극성스러운 모기에 얼굴을 뜯긴다.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발리, 이곳은 과연 천국인가.

남자들은 하나같이 호리호리한 근육질에 갈색 피부가 매끈하다.

몇몇은 장말을 틀어 묶었다.

화려한 수영복 바지 차림이다.

백인 여자들,

술을 마시고 살갗은 태우고 책을 읽는 여자들.

같이 밤을 보낼 상대를 찾는다.

제이콥이 마음에 든 나탈리,

그런데 그는 결혼해 아내가 있었고

심지어 아내가 둘째를 가져서 돈벌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해변에서 백인 여자들을 찾는 것

그게 그들의 돈벌이였다.

원래 살던 자신의 나라, 자신의 도시에서는 별 볼일 없는 존재라도

발리에서는 누구나 돈 많은 백인 여자가 될 수 있다.

정말 천국이라니까.

음식을 주문한다.

감귤 주스, 가스파초와 스프링롤, 나시고랭,

디저트는 코코넛 크림 파이.

이걸로 부족하다.

새우 튀김 요리 라지 사이즈, 병아리콩 현미 카레밥 추가.

웨이트리스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

무엇 하나 음미하지 못하고 무작정 입으로 쑤셔 넣는다.

허겁지겁

과식한 나를 벌하고 싶다.

죄책감이 온몸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퉁퉁한 내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무력한 나를 내가 지켜본다.

자기혐오와 설탕 덩어리로 가득 찬 몸뚱이

그냥 내 존재가 몽땅 사라졌으면.

자신의 거대한 몸집 때문에 우스운 꼴을 당할까

항상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탈리,

이러한 걱정은 늘 폭식으로 이어진다.

이후 따라다니는 죄책감과 무력감......

벗어나고 싶어 떠난 여행

발리를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를 거쳐

페루까지 그녀의 여행은 이어진다.

자신의 본 모습을 깨달을 때까지.

외모가 곧 자신감일 뿐 아니라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에서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못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기 계발서를 닥치는 대로 읽어 치워도

요가나 명상을 해도

온 세상 다 여행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자격증이 있어도 동네 헬스장에서는

나탈리를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기대하는 강사의 모습이 아닌

나탈리였기 때문이다.

"나를 거절하는 건 괜찮지만

내 아이디어가 무시당하는 꼴은 볼 수 없지."

마흔한 명.

동네 헬스장에서 시범 강의를 하는 나탈리,

수강생이 마흔한 명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탈리의 수업은 여느 수업과는 무척 다르다.

자전거를 타며 음악에 맞춰 신나게 오존층을 뚫고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나탈리,

음식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음식을 넣고 또 넣는다.

여행,

또 다른 도피의 시작!

여행지에서 보는 날씬하고 매끈한 여성들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떠났지만

도피는 공허함을 더해줄 뿐......

긴 여행의 끝에는 결국

나탈리 자신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탈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는 그녀.

삶은 그녀를 기다려주었고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삶과 마주했다.

해당 도서는 달로와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