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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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롭고 위트 있는 파스칼 세이스의 독특한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래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을 던지자! 

 

미술관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미켈란젤로의 명작과 어린아이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것을 구하겠는가?

 

'공익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개인주의와 공익,

이 둘이 한자리에 있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와 타인, 남자와 여자, 개인과 단체, 공동체와 국가......

이 모든 것을 유기적인 구조 안에 담으려면 우리는 유토피아를 재창조해야 한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스관의 '딜레마 연구소'를 소개한다.

미로 구조를 활용한 '딜레마 연구소'에서 관객은 꼬불꼬불한 코스를 따라 영상 설치물을 통과하면서 아이킬로스의 <탄원하는 여인들>이라는 신화를 마주하게 된다.

아르고스 왕의 영토에 들어가기 위해 제우스에게 간절히 탄원하는 여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다.

 

 

<탄원하는 여인들>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 아이킬로스가 쓴 비극

다나오스 딸들의 운명을 주제로 다룬 '다나오스 3부작'의 첫 번째 비극

딜레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이 문장은 거짓이다'와 같은 논리적인 딜레마가 있고

'화재가 발생했는데 미켈란젤로의 명작과 어린아이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구할 것인가?'와 같은 도덕적 딜레마가 있다.

 

 

자, 현대판 정치 딜레마를 살펴 보자.

"외국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가,

아니면 자국민을 지켜야 하는가?"

2017년 당시 그리스는 경제와 이민 문제로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리스관의 '딜레마 연구소'의 연출가는 다양한 장치가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공공의 이익'에 대해 직접적으로 고민하도록 설계했다.

(미로 형태의 구조물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고민하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쯤되면 이것이 유럽을 들끓게 만들었던 난민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먼 나라의 골치 아픈 문제쯤으로 여겼던 그 난민 문제가

우리나라의 문제로 다가온 것은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앞에서 유럽의 재건을 외쳤다.

파스칼 세이스는 묻는다.

그 '재건'의 가치가 되는 가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해결책인가?

'공공의 이익'이란 무엇인가?

타인, 외국인 이들은

'인류'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형제들인가? vs

우리의 위협인가?

그들은 다양한 정체성으로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존재인가? vs

쇠퇴의 씨앗이 될 것인가?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 혹은

예술에 반하는 예술을 하지 않는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을 옹호한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211쪽

 

 

그렇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리스 같은 본질적 원론적 철학책은 아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철학과 미학, 신화를 공부한 철학자의 독특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을 후추처럼 뿌린 철학 에세이다.

3-4분 가량의 라디오 방송 원고를 책으로 만든 것이라

각 주제에 대해 3-4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철학책 치고 쉬워 보여서 좋아했는데

읽을 수록 결코 쉽지 않은 책이다.

진지하게 읽고 사유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답을 하려면 말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철학서를 바로 읽으면 좋겠지만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삶을 위한 예술을 옹호한다."는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말처럼

"철학을 위한 철학이 아니라

삶을 위한 철학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청소년들과 함께 철학책을 읽고 토론하며

교사로서 내가 강조하는 것은

'나의 삶의 문제'와 연결시키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본다.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결시킬 때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아니라

'나의 철학'이 된다.

철학은 어떻게 내 삶의 문제와 연결되고

내가 배운 철학은 어떻게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를 변화시킬 것인가?

나는 이것이야말로 철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근본 원리라고 생각한다.

학문 자체에 머물러 있는 학문이 아니라

내 삶을 바꾸고 향상시킬 수 있는 학문!

그럴 때 그것이 철학이든 예술이든

정체되어 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그녀, 파스칼 세이스

이렇게 또 철학자인 그녀의 팬이 되었다.

해당 도서는 번역에 진심인, 프랑스 소설 전문 출판사인 레모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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