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토성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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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80%가 우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20%는 우주와 관련 있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 오빠 가즈키, 19세, 대학생

우주라면 목숨 걸 정도로 좋아하는 천문학도,

우주 이외에 다른 데 흥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연히 옷에도 관심 없다. 촌스럽다.

집에 오면 옥상에 설치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한다.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별은 뭐야?”

“역시 토성이지.”

“그 고리 달린 거?”

“응, 그 고리가 좋아, 토성은.”

14세 중학교 2학년 안나,

학교 체육대회,

특별히 귀엽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썼다.

엄마의 마스카라를 빌렸다. ‘몰래!’

짝사랑하는 중3 이시모리 선배의 모습을 꼭 핸드폰으로 찍어야 한다.

곧 졸업하면 고등학생이 될 테니까. 한번도 말을 해 본 적도 없다.

체육대회 날 정수기 앞에서 만난 이시모리 선배, “천천히 마셔.”

이시모리 선배를 찍으려다 떨어뜨린 핸드폰을 친절하게 주워주신 분은

학생부 선생님, 핸드폰은 압수 당함.






오빠는 안나를 ‘안’이라고 부른다.

“안. 우주에 가면 하고 싶은 거 있니?”

“으음, 일단 달에 가고 싶어.”

“가서 뭘 할 거야?”

“뭐라니, 달에 갔으니까 무엇보다 걸어야지.

두둥실, 두둥실, 무중력 보행을 할 거야.

그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달의 흙을 가져올 거야.”

안나와 오빠의 대화는 이렇게 거의 '우주'에 대한 것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남매이지만 사이가 좋은 남매

별만 보고 걸어가다가 전봇대와 충돌해서 코가 부러졌던 오빠

오빠가 여자 친구를 사귀는 거, 으악, 상상할 수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

오빠의 사랑은 '우주'뿐이야!

내 옆에는 미즈호가 있다. 우리는 둘 다 열네 살이다.

이건 47억 살이라는 지구의 나이와 비교하면 ‘순간’보다도 짧지만,

그래도, 그래도 절대 0은 아니라고 굳게 믿을 수 있다.







안나와 절친 미즈호,

학교가 끝나면 같이 도넛을 사 먹는다.

14세 사춘기 소녀들답게 옷에 관심이 많은 안나와 미즈호,

동네 스낵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거짓 이력서를 작성한다.

고등학생이라고 쓰고 옷도 고등학생처럼 입고 갔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단번에 중딩 아가씨들은 알아보고 웃는다.

이들의 귀여운 거짓 이력서를 달라고 한다.

"왜요?"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우울할 때 다시 보면서 웃으려고!"

싫은 일이 있을 때, 어린이에게는 기분을 풀 장소가 없다.

어른처럼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돈이 없으니까 쇼핑으로 해소할 수도 없다.

어디든 멀리 혼자 여행을 가고 싶어도 매달 받는 용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혹시 돈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멀리 가면 가출이 된다.

학부모회 유인물을 깜박하고 엄마에게 주지 않았는데,

엄마는 내가 일부러 감춘 것처럼 말했다.

정말로 깜박했다.

"학교에서 나눠준 유인물, 있을 텐데?"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형사처럼 따지는 엄마.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와 싸우고 말았다.

밥을 먹던 도중 일어나 젓가락을 식탁에 내던졌다.

예상 외로 큰 소리가 나자 엄마는 순간적으로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나를 무서워했다고 생각하니 점점 더 화가 났다.

동시에 딸인 나를 믿어주지 않아 슬폈다.

엄마의 그런 한심한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3층 내 방으로 올라가 문을 잠갔다.

책의 표지에 안나가 좋아하는 토성 위에 앉아 있다.

토성의 고리는, 그래 맞다.

안나가 즐겨 먹는 도넛이다.

14세 사춘기 소녀 안나,

절친 미즈호와 도넛을 먹고 옷 쇼핑도 하고

좋아하는 남자 선배의 사진 하나 찍으려다 실패하고

미즈호와 잠시 서먹한 관계도 되지만

화해하며 관계에 대해 하나씩 배워간다.

엄마와 싸우고 방문 걸어잠그고 들어갔는데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 끙끙댄다.

자존심상 나오기가 뭣하다.

중학교도 집도 다 우리 은하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의 우주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듯

나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내가 바로 우주 자체 같다.

나를 발견해 달라고 나를 좀 봐 달라고 빛나는 별!

안나의 성장 소설, [안나의 토성]

귀여운 표지의 마스다 미리 작품을 읽고 나니 갑자기 도넛이 먹고 싶어진다.

사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부분은 몰입감이 조금 떨어졌는데 역시 미미한 거라도 약간의 로맨스(?)가 나오면서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나의 엄마, [빨간 머리 앤]의 광팬으로 신혼 여행까지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갔단다.

안나의 엄마는 나,

안나는 내 딸래미.

우주에 비하면 이 지구는 얼마나 작은가.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살고 있는 푸른 별 지구

오빠의 망원경을 통해 별을 보고 토성을 보며

안나의 세계는 반짝반짝 아름답게 물들어갈 것이다!

이봄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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