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곽아람, 이봄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 읽기이 책은 곽아람 작가의 책 읽기에 대한 에세이다. 개인의 에세이인 만큼 작가 개인의 경험과 삶에 대한, 그리고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녹아 있다.작가는 2021년 조선일보 최초의 여성 출판팀장이라고 한다. '여성 최초의'라는 기막힌 수식어가 앞에 붙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책 속에 빨려 들듯이 읽었다.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분개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 읽었다.작가가 소개하는 20명의 주인공들이 다 의미 있고 멋지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2부 일과 사람 사이에서우리가 앤을 읽고 앤을 잃는다면 - [빨강 머리 앤]과 신지식 선생나는 '문학소녀'라는 표현을 싫어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무조건 '문학소녀'인가? 책이 문학밖에 없는 건 아니다.그래서 나는 저자를 '책을 좋아하고 책 속에 빠져서 살았던 소녀, 세상이 힘들 때 책 속으로 빠져들었던 소녀'라고 부르고 싶다.물론 내가 저자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이 책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에 소개된 주인공들 중에서 나도 정말 좋아했던 인물들이 있었다는 공통점을 강조하고 싶다 [빨강 머리 앤]을 읽고 앤과 사랑에 빠지지 않은 소녀가 있을까? 나도 그랬다. 그런데 어렸을 때 읽었던 문고판으로 읽고 나중에 그 후 시리즈가 나온 것을 알고 [앤의 딸 리라]까지 읽었던 것 같다.나는 여태 [빨강 머리 앤]을 누가 번역했는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저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계몽사 문고의 번역자 이름이 대부분 '신지식'이었다고 한다. 특이한 이름이다. 본명일까?저자가 30대에 들어섰을 때 '한국 아동문학의 어머니 신지식' 선생이 살아계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어렵게 연락처를 알아내 만나게 되었다.2014년 당시 85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꼿꼿하신 분이었다고 한다.📚신기하게도 노인과 마주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와 나를 둘러싼 공간이 이 시공을 이탈해 [빨강 머리 앤]을 사랑하는 젊은 그녀와 그 책을 몰두해 읽었던 어린 내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이화여고 국어교사였던 신지식 선생은 휴전 직전 서울의 한 헌 책방에서 일어판 [빨강 머리 앤]을 발견했다. 이화여고 주보에 번역해서 실었더니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1963년 창조사에서 열 권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신지식 선생은 번역자이면서 한국 문단에 의미 있는 인물이다. 신지식 선생의 대표작 [하얀 길]이 60-70년대 베스트셀러였다. 그 인터뷰 이후 신지식 선생과의 인연은 이어졌고 저자에게 "곽 기자를 보면 나 젊었을 때랑 많이 닮았어" 하셨다고 한다. 신지식 선생의 부고를 쓴 후 밀려오는 슬픔에 못 이겨 많이 울었다고 한다. 마흔아홉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진정한 우정을 나눴고 '동류 (Kindred Spirits)'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지식 선생과 저자의 아름다운 우정과 교류를 읽고 참으로 부럽고 또 부러웠다. 신지식 선생이 그 옛날 [빨강 머리 앤]을 번역할 때 몇 십 년 후 그 책의 열렬한 독자였던 꼬마 아가씨와 만나서 '동류'의 우정을 나눌 줄 생각했을까? 책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우정이 정말 부러웠다. 감동적이었다. https://m.blog.naver.com/sweetcinnamonroll/222417743268https://www.instagram.com/p/CQxhm34M0LT/?utm_medium=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