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우린 용돈을 받기 위해 구두를 열심히 닦았다.

어른들은 결과물을 보시면

"구두약을 조금씩 묻혀서 닦았어야지." 하시며

결과에 대해서 썩 만족해 하진 않으셨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어요."

이 한마디에 나의 수고는 인정받았다.

더불어 용돈까지 받았다.


'최선'이라는 말이 불러온 마법.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최선이란,

섣불리 꺼내서는 안될 말이다.

어쩌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사양이기에.


근데 이상한 건 최선을 다하고도,

온 정성과 힘을 다하고도 쓸쓸해지기도 한다.

정답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나의 최선과 다른 사람의 최선이 만나 부딪친 자리에서

꽃이피고 눈물이 난다는 것이 결정되어서이지 않을까.


속의 33편의 이야기 중 하나를 요약한 것이다.

 

33편의 이야기는 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고, 생각이다.

내 스스로의 멋진 인생을 만들고자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지만

현실사회는 결코 녹록지 않다.

때론 슬프기도, 외롭기도 한다.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우리의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 현실세계를 바꿀 수도 없고

삶을 변화하게 하기도 힘들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바로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 한마디일 것이다.

 

"사회에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다.

어린 아이에겐 다소 벅찬 미덕이었던 최선이

어른의 세계에선 당연한 전재였다."

- page 100​
 

"사계절 순환처럼 내 일상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계절의 반복처럼 나는 수없이 실패하고 절망하고 비통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 page 81


 

"나는 행복하다, 당신도 행복하시라.

그래, 당신도 그때 힘들었겠구나.

당신도 뭔가 쟁취해 행복해지고 싶었구나.

같은 이유로 나도 힘들었구나."

- page 60

 

"'괜찮아요', 나의 거절이 그의 기쁨 훼손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상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은 아니었을까." 

- page21

 

 

33편의 이야기를 접하면

내가 느꼈던 비슷한 상황에 공감이 되고

내가 느꼈던 비슷한 감정에 위로가 된다.

힘들고 외로운 이야기에는 시린 가슴에 온기를 더하게 만들고

과거 어린시절이나 따뜻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행복한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현대 사회가 힘들다고는 해도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남아있다는 것을.

차가운 현실인 것 같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은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족', '친구', '동료'.

생각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단어들이다.

그리고 이들이라면

제목처럼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줄지 모른다.


 

 

봄은 오고있지만 아직 찬바람이 부는 2월의 어느날.

가슴 시린 한켠을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로 채울 수 있었으며,

허전하게 생각했던 내 주변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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