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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해 교실에서 아침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하였지요. 그런 고민 속에서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내가 읽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난겨울부터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른바 '성장 소설'들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유진과 유진/이금이, 푸른책들, 2004>은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틈나는 대로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상처와 옹이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구 생각했단다." (본문 162쪽)

 
   이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여중생이 주인공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공부만 하는 범생이인 작은 유진과 또 한명은 공부는 보통이지만 쾌활하고 평범한 큰 유진이가 주인공이다. 새 학년이 되어 유진과 유진은 한반에 배치되는데 이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 유치원 다닐 때 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큰 유진과 아무런 기억도 없는 작은 유진의 만남으로 상처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뒤늦게 기억을 회복한 작은 유진은 혼란에 휩싸이지만 또 다른 유진과 함께 상처에 정면으로 직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간다.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과 함께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교훈을 전해준다. 또한 작은 유진과 큰 유진이의 입장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는 이야기 구성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왜 ‘같은 상처를 경험하고도 다르게 성장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기억에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도록 깊은 상처를 지녔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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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자율학습이 3시간이나 되어 한 시간 정도 아이들이 즐겨 본다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았습니다. 파일 용량 때문인지 좋지 않은 화질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넋을 잃고 보더군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자고 화를 내기까지 하면서 자기 주장을 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점이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아 갈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EBS 촬영을 하면서도 느낀 것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조명을 받고 싶어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방송에 등장하는 스타의 모습은 마음을 빼앗아갈 만 하지요. 그것이 지나쳐서 스타들이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과대 포장되다 보니 생기는 사회문제들도 크지만요. 어떻든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예인의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나 단순히 선망하는 아이들에게 모두 읽혀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게 되기까지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질투를 느끼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서로의 다양한 환경과 성격의 아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남학생, 여학생 모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열망의 뿌리

고래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연예계의 스타다. 대양을 유유히 누비는 거대한 고래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이 책은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에는 각기 다른 환경과 성격의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민기, 현중, 연호, 준희가 그 주인공들이다. 노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납부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환경과 무책임한 엄마를 원망하며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연호, 랩을 잘 부르지만 얼굴에 커다란 점과 공개입양아라는 상처를 안고 그늘처럼 살아가는 준희, 특별한 특기는 없지만 가족과 친구를 따뜻하게 챙길 줄 아는 현중이, 제 얼굴을 믿고 연예인이 되려는 민기가 기획사 오디션을 보기 위해 세 명의 아이들을 끌어들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아이들의 꿈을 한때의 허황된 꿈으로 치부하는 민기의 부모, 자신의 삶을 위해 준희를 버린 기획사 지 대표, 자식의 꿈을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돌볼 수조차 없는 무능력한 연호의 엄마는 아이들을 외롭고 무력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 때문에 아파하며 우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바로 그렇다. 금방 잡힐 것 같은 꿈도 저 멀리 달아나 버렸지만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부모를 이해하고 용서하기까지 한다. 

 



“열망엔 뿌리가 있어야 돼. 열망은 너무 매혹적이지만 순수하기도 해서 부패하기 쉽거든. 뿌리가 있는 열망은 열정으로 연결되지만 뿌리가 없는 열망은 부초처럼 떠다니다 썩어버리고 말아. 네 열망은 어떤 건지 한번 생각해 봐. 그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 (본문 248쪽)

열망은 어디에 뿌리 내려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꿈이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아쉬운 감이 들었다. 자신의 꿈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냉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꿈을 통해 세상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즉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세상과 함께 할 때, 비로소 꿈은 고래가 되어 아이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으리라. 



하의도 역구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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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엔 별이 있다 푸른도서관 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너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시인 김춘수 선생님의 시 <꽃> 가운데 이 구절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이 시가 좋아서, 아니 수업 시간에 이 시를 낭송해 주시던 국어 선생님이 너무 근사해서 속으로 몰래 애태우며 외웠던 시다. 그 시절 누구라도 나를 특별한 존재처럼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네 이름엔 별이 있어”

   누군가 내 이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불러주는 이가 있다. ‘꿈꾸는 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몽규는 13살 소년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어둡고 무거운 70년대의 도시 변두리 지역이다. 몽규는 가난 때문에 학교를 옮겨야 했고, 옮긴 학교에서 장난을 치다 친구의 팔을 부러뜨리고 만다. 집에 일도 하지 못하고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 생각과 치료비 걱정으로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동네주변을 배회한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장에 취직을 하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생존을 위해 어둡고 음울한 공장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몽규만이 아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며 나름의 무늬를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제가 있어야할 학교와는 점점 멀어져만 가고, 동생들 군것질 거리를 사다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지만 소년이 바라는 삶은 아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던 소년에게 캄캄한 바다 위의 등대 같은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전학 오기 전의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네 안에 꿈이 있어’라고 이야기해 주던 민채원 선생님이다. 몽규는 선생님을 다시 떠올리면서 자신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가난을 벗어나는 것도 아닌 만화를 그리는 일임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길을 떠나는데...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 해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하마터면 잊혀져 버릴 뻔 했던 꿈이, 소년의 가슴에 별이 되어 다시 빛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군가 그 아이를 귀한 존재로 여겨주는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교사가 아이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한 존재의 모든 것을 신뢰한다는 것일 것이다. 현재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아이가 지니고 있을 보이지 않는 힘을 믿는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불러줌으로써 소년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꿈이란 완결이 아닌 가능성으로 존재할 때 더욱 빛나듯이, 오랜 방황 끝에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끝낸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야기 곳곳에 낮은 곳에서도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피워내는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이야기와 들꽃 같은 순정이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반 대훈이가 떠올랐다.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대훈이는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지만, 답사 때나 학급행사 때 사진 찍는 일을 즐겨한다. 내일은 대훈이를 위해 사진집들을 챙겨다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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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6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artlee 2010-07-12 23:5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책...좋았습니다.
우리반 아이들과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책 만들어주세요.
특히 청소년들이 읽을 책이요.
 
김서령의 家
김서령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

   얼마 전 한일 작가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을 때 만난 시원 박태후 선생님의 소개로 『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를 읽게 되었다.

집이란 것이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삶의 방식을 무시한 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똑같은 형태로 대량생산하는 세상에서 ‘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또한 집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요,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어서 집에 가면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이 책의 장점은 집의 모양새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만난 스물두명의 사람과 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집은 화가 박태후 선생의 <죽설헌>이다. 그 집의 주인이 화가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 때부터 집을 지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을 위해 당장 실천에 옮기는 이는 흔하지 않다. 시원 박태후 선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살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온 사람이다. 그 나무들이 이제는 숲을 이루어 벌과 나비, 새들의 노래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에 새들이 둥지를 틀듯이 그의 집에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한 평의 땅만 생겨도 울타리를 치는 세상에 자신의 것을 혼자만이 즐기지 않고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려내는 그림 또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림일 게다.

    사람이 사는 집에 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한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거기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에 깊이 관여한단다. 한 사람이 제 집을 스스로 짓고, 그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는 사람의 영혼은 어떤 빛깔일까? 직접 종자를 받아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고 스콧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교과서라는 그의 이미지는 나무를 닮아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직업을 둔 탓에 집이 어떠해야 하는 곳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 이제는 영혼의 거주지를 꿈꾸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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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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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무를 심는 여자, 풀씨를 뿌리는 여자




<사막에 숲이 있다>(이미애, 서해문집, 2008)는 중국의 마오우쑤 사막에 20년 동안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룬, 지금도 나무를 심고 있는 여자 인위쩐의 이야기다.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여자가 있다. 달의 뒤편과도 같은 황량한 사막, 죽음의 땅, 꿈을 꾸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는 땅, 해마다 봄이 오면 아시아를 뒤덮는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의 네이멍구 마오우쑤 사막의 악령과도 같은 모래바람 속에 꽃다운 스무살의 처녀가 내동댕이쳐졌다.

그녀의 아버지가 사막에서 장가도 들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는 바이완샹이라는 청년의 딱한 이야기를 듣고 딸을 주겠노라고 덜컥 말해버린 것을 지키기 위해, 어느 날 아무 설명도 없이 자신의 딸을 수레에 실어 사막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무섭고 막막한 사막에서 일주일을 통곡하다 지친 그녀 앞에서 그녀의 남편이 될 바이완샹이 가슴 저리게 통곡한다. 이 청년의 통곡 앞에서 눈물을 거두며 그녀가 처음 던진 말,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사막에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막에서의 삶, 외상으로 묘목을 구해다 나무를 심고, 실패하기를 거듭하면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용서하고, 갓난아기를 두 번씩이나 잃어버리고도 사막으로 오는 길을 내 숲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꿈은 악령과도 같은 모래바람도 이겨내게 하였다.

단지 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으면서 하늘과 모래와 바람, 모든 자연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되 결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냈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이 책은 여자의 이야기여서 내게 더욱 인상 깊었다. 인위쩐의 남편인 바이완샹은 스물한 살이 되도록 사막에 갇혀 시들어가고만 있었다. 그런 그의 등을 다독여 함께 나무를 심는 여자, 그녀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막에 버려지기까지 평범한 처녀에 불과하였던 그녀가 말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사막을 겨우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던 그녀,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며 가슴 아파할 바이완샹을 위해,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아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이미 사막의 커다란 나무요 오아시스였다. 그리고 그 누구의 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제 발로 가는 길, 그녀는 당당하게 삶의 주인이 되었다.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바단지린 사막과 함께 중국의 4대 사막으로 꼽히는 마오우쑤 사막도 한 때는 ‘풀의 바다’라는 전설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비옥한 초원이었다고 한다. 마오우쑤 사막이 황사의 고향이 된 이유는 무차별한 벌목과 목축,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등이다. 결국 자연이 내린 형벌인 셈이다.

인간이 버린 땅에서도, 생명이 자라기에는 최악의 환경에서도 나무는 물을 찾아 20미터가 넘게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싹을 틔워낸다. 사막의 나무처럼 강하고 질긴 그녀는 사막 아래 숨겨진, 그러나 언제든지 생명을 키워낼 수 있는 생명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위쩐의 곁에는 항상 바이완샹이 있다. 그녀의 운명을 바꾼, 그녀가 운명을 바꿔 준 그는 인위쩐이 사막의 모래 바람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돌아가야 할 푯대 같은 사람이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굴에 모래바람 자국이 선명한 사막의 전사가 되어갈 때에도 그녀가 여자임을 잊지 않고 어여쁜 꽃신을 사다줄 줄 아는 진정한 사내이다.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숲을 닮아 있다. 언론의 관심을 받고 중국의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 곁에 왔다 가지만, 풀과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함께 일하고 밥을 먹으며, 나무를 심고, 나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없고, 환경운동가도 아니지만 자연을 오염시키는 일은 절대 안하겠노라고 다짐하는 그녀는 위대한 농부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교사로 사는 일도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고, 힘들어할 때 가만히 손잡아 주고, 외로워할 때 등 한번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며,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꿈을 그리는 일이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는 일이거늘, 수 천 수만의 풀씨 중 하나가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숲을 이룰 수 있다면!  혹여 지금 당장 싹을 틔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훗날 조금 늦게 깨어날 수도 있다면!

책을 읽는 내내 시냇물이 흐르고 산들 바람이 부는 숲 속에 있는 듯 하였다. 그녀는 내 가슴에 뿌리 깊은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키워 숲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었다. 절망도 삼키는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인위쩐처럼, 교사는 수 만개의 풀씨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썩어져 가는 상황에서도 풀씨를 뿌리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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