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家
김서령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

   얼마 전 한일 작가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을 때 만난 시원 박태후 선생님의 소개로 『김서령의 家』(김서령, 황소자리, 2006)를 읽게 되었다.

집이란 것이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삶의 방식을 무시한 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똑같은 형태로 대량생산하는 세상에서 ‘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또한 집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요,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어서 집에 가면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이 책의 장점은 집의 모양새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만난 스물두명의 사람과 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집은 화가 박태후 선생의 <죽설헌>이다. 그 집의 주인이 화가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 때부터 집을 지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을 위해 당장 실천에 옮기는 이는 흔하지 않다. 시원 박태후 선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살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온 사람이다. 그 나무들이 이제는 숲을 이루어 벌과 나비, 새들의 노래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에 새들이 둥지를 틀듯이 그의 집에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한 평의 땅만 생겨도 울타리를 치는 세상에 자신의 것을 혼자만이 즐기지 않고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려내는 그림 또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림일 게다.

    사람이 사는 집에 그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고 한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거기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에 깊이 관여한단다. 한 사람이 제 집을 스스로 짓고, 그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는 사람의 영혼은 어떤 빛깔일까? 직접 종자를 받아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고 스콧과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교과서라는 그의 이미지는 나무를 닮아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직업을 둔 탓에 집이 어떠해야 하는 곳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도 이제는 영혼의 거주지를 꿈꾸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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