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나무를 심는 여자, 풀씨를 뿌리는 여자




<사막에 숲이 있다>(이미애, 서해문집, 2008)는 중국의 마오우쑤 사막에 20년 동안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룬, 지금도 나무를 심고 있는 여자 인위쩐의 이야기다.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여자가 있다. 달의 뒤편과도 같은 황량한 사막, 죽음의 땅, 꿈을 꾸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는 땅, 해마다 봄이 오면 아시아를 뒤덮는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의 네이멍구 마오우쑤 사막의 악령과도 같은 모래바람 속에 꽃다운 스무살의 처녀가 내동댕이쳐졌다.

그녀의 아버지가 사막에서 장가도 들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는 바이완샹이라는 청년의 딱한 이야기를 듣고 딸을 주겠노라고 덜컥 말해버린 것을 지키기 위해, 어느 날 아무 설명도 없이 자신의 딸을 수레에 실어 사막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무섭고 막막한 사막에서 일주일을 통곡하다 지친 그녀 앞에서 그녀의 남편이 될 바이완샹이 가슴 저리게 통곡한다. 이 청년의 통곡 앞에서 눈물을 거두며 그녀가 처음 던진 말,

“여기에 꽃을 심으면 안 될까요?”

사막에 꽃이나 나무가 자라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막에서의 삶, 외상으로 묘목을 구해다 나무를 심고, 실패하기를 거듭하면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용서하고, 갓난아기를 두 번씩이나 잃어버리고도 사막으로 오는 길을 내 숲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꿈은 악령과도 같은 모래바람도 이겨내게 하였다.

단지 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으면서 하늘과 모래와 바람, 모든 자연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되 결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냈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이 책은 여자의 이야기여서 내게 더욱 인상 깊었다. 인위쩐의 남편인 바이완샹은 스물한 살이 되도록 사막에 갇혀 시들어가고만 있었다. 그런 그의 등을 다독여 함께 나무를 심는 여자, 그녀의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막에 버려지기까지 평범한 처녀에 불과하였던 그녀가 말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사막을 겨우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던 그녀,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며 가슴 아파할 바이완샹을 위해,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아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이미 사막의 커다란 나무요 오아시스였다. 그리고 그 누구의 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제 발로 가는 길, 그녀는 당당하게 삶의 주인이 되었다.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바단지린 사막과 함께 중국의 4대 사막으로 꼽히는 마오우쑤 사막도 한 때는 ‘풀의 바다’라는 전설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비옥한 초원이었다고 한다. 마오우쑤 사막이 황사의 고향이 된 이유는 무차별한 벌목과 목축,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등이다. 결국 자연이 내린 형벌인 셈이다.

인간이 버린 땅에서도, 생명이 자라기에는 최악의 환경에서도 나무는 물을 찾아 20미터가 넘게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싹을 틔워낸다. 사막의 나무처럼 강하고 질긴 그녀는 사막 아래 숨겨진, 그러나 언제든지 생명을 키워낼 수 있는 생명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위쩐의 곁에는 항상 바이완샹이 있다. 그녀의 운명을 바꾼, 그녀가 운명을 바꿔 준 그는 인위쩐이 사막의 모래 바람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돌아가야 할 푯대 같은 사람이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굴에 모래바람 자국이 선명한 사막의 전사가 되어갈 때에도 그녀가 여자임을 잊지 않고 어여쁜 꽃신을 사다줄 줄 아는 진정한 사내이다.

인위쩐과 바이완샹은 숲을 닮아 있다. 언론의 관심을 받고 중국의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 곁에 왔다 가지만, 풀과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함께 일하고 밥을 먹으며, 나무를 심고, 나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없고, 환경운동가도 아니지만 자연을 오염시키는 일은 절대 안하겠노라고 다짐하는 그녀는 위대한 농부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교사로 사는 일도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고, 힘들어할 때 가만히 손잡아 주고, 외로워할 때 등 한번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며,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꿈을 그리는 일이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는 일이거늘, 수 천 수만의 풀씨 중 하나가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숲을 이룰 수 있다면!  혹여 지금 당장 싹을 틔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훗날 조금 늦게 깨어날 수도 있다면!

책을 읽는 내내 시냇물이 흐르고 산들 바람이 부는 숲 속에 있는 듯 하였다. 그녀는 내 가슴에 뿌리 깊은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아이들 가슴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키워 숲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었다. 절망도 삼키는 사막에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인위쩐처럼, 교사는 수 만개의 풀씨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썩어져 가는 상황에서도 풀씨를 뿌리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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