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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ㅣ 시보 시인선 2
정훈교 지음 / 시인보호구역 / 2020년 5월
평점 :
한달을 기다린 시집이 도착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집이다
글쓰는 사람을 꿈꾸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시집에 모든 시간을 들여 시인이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꿈꾸었다
대학교때에는 소설, 산문에 빠져 한동안 전혀 찾아 읽지 않았던 시집이라
읽기전부터 기분이 몹시 들떠 있었다
시가 좋았던 이유는 간결해서이다
그 간결한 단어와 문장에 모든 뜻이 담겨 있다
때로는 시인이 하는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그게 그렇게나 좋았었다 시인이 말하고자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시를 읽는 재미요소중 하나였던 것이다
시인이 보여주고했던 뜻에 나만의 뜻을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시가 완성되는 기분에 매료되기도 했었다
다 풀어주지않는, 다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 시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인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라는 문장이 참 좋았다
왠지 외롭게 느껴질‘혼자’라는 단어에 ‘혼밥’이라는 집중을 떠올리는
단어를 더하니 좋은 기분이 느껴졌다
혼자라서 좋은 이유가 편안하게 맛있는 맛만을 추구하며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혼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자신이 살아오며 겪고 듣은 상황에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주는 문장들이 나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와 좋았다
P48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석류 알처럼 붉은 슬픔이 잠들어 있다> 중,
허전하고 쓸쓸하다
물론 당신이 떠난 날도 여러 날 그러하였다
혼자 남겨진 자신은 그 이별의 아픔까지도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그 심정이
그대로 느껴져 계속 곱씹어 읽게 되었다
P65
<아혼 달 된 아이> 중,
형제들은 모두 블랙홀로 빨려갔고, 벌써 1억 광년도 더 지난 일이라고 했다
가벼워지지 않으려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나 서러워서,
가장 먼저 이 별에 온 것이라고 했다
예전엔 그렇지 못했는데 이제는 가벼운 게 좋다
무겁지 않아 좋고 쉽게 지나칠 수 있게 보여지도록 해주니 좋다
하지만 가벼움에도 작지만 깊은 슬픔은 있으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이 시집에서는 시인이 유독 찾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슬프고 아프고 아쉬운 상대를 부르는 목소리가 애잔하게 들려온다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멀리서라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려고 하고 그 마음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아 슬퍼보이기도하다
아무래도 혼자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함께 있을 때보다는 조금은 외로운 모양이다
혼자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남 모르게 슬픔을 이겨내고 애써 행복해질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아픔이 크게 느껴져 혼자임을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