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아저씨 미래그림책 183
사사키 마키 지음, 황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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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해도 되지 않는 그런 날이 있죠. 더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그런 날. 먹구름이 낀 채로 보내는 하루를 상상해보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헌데 사사키 마키 작가의 책 <비틀비틀 아저씨>의 주인공인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금 고쳐보게 됩니다. 

그저 편지 한 통 보내려고 집 밖을 나선 것 뿐인데 계단에서 넘어지고, 지나가던 건물 위층에서 놓친 물건에 깔리고, 개줄에 걸려 질질 끌려가는 등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저씨에게 닥쳐오는 사건들은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책이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사사키 마키 작가 특유의 유머와 귀여운 그림체가 '그런 날도 있지 뭐' 하고 툭툭 털어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줍니다. 계속해서 어렵게 만드는 사건 속에서도 비틀거리며 편지 한 통을 꼭 쥐고,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쏘아붙이지 않고 묵묵히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는 아저씨의 모습. 그림책이지만 정말 대단한 성품의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아저씨의 마음을 이리도 단단하게 만들었을까요?

하지만 한없이 단단할 수는 없죠. 사건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비틀거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아저씨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를 위로하는 작은 위로의 손길을 통해 다시 또 일어납니다. 비틀거리더라도 가야할 길을 묵묵히,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사는 삶의 자세를 생각합니다. 비틀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삶의 자세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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