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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의 섬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오노 후유미의 책은 아주 오래전 군대생활 때 3권으로 발간된 <시귀>를 구매해 읽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집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지만, 내용 등 모든 면은 사실상 기억에서 삭제되어 이 작가의 스타일은 전혀 기억이 안나는 상태로 생소하게 첫 페이지를 열었다.
사설탐정 ‘시키부’는 홀연히 사라진 ‘카츠라기’를 찾아나선다.
카츠라기는 논픽션 작가로서 시키부와는 꾸준히 거래관계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하는 식으로 서로에게 의지되어오던 관계이다. 이런 카츠라기가 어느날 문 듯 자신의 집 열쇠를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맡기면서 시키부의 여정이 시작된다.
카츠라기가 ‘야차도’라는 섬으로 간 것이 확인된 후 시키부 역시 그 섬에 이른다.
그곳은 외부인을 멀리하는 느낌이 확연히 고립된 어두운 섬인 것이다. 그리고 오에장이라는 숙박업소에 머물면서 조금씩 이곳에서의 낯선 환경 속에서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나가게 된다.
모두들 그를 외면하지만 빈틈은 늘 있기 마련인 것이다.
사라진 카츠라기는 그 곳 출신에 ‘하세가와 시호’라는 원래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뜻과는 다른 무엇인가에 이끌려 이 섬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며 동행을 한 또 다른 여성이 있다는 증거와 함께 야차도를 꼼꼼히 살펴가며 이 섬의 분위기를 파악해 나간다.
그러면서 이 섬의 절대지주인 ‘진료’가를 알게 되며 이 집이 이 섬에서의 사건과 가장 큰 관련이 있을 거라는 필연적 직감에 이른다. 이러한 직감은 서서히 진료가의 사람들의 행동들에서 예리하게 느껴간다.
시키부에게 낯설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외부인이 들어와 진료소를 이끌어가는 의사 ‘야스다’를 찾아가 그만의 방법을 이용하여 그에게서 이 섬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바로 카츠라기의 사망소식이다.
여기서 카츠라기는 나무에 거꾸로 매단체 가슴부위까지는 화상을 입고 몸에서 수많은 외상의 징후들을 발견한다.
이러한 의사 야스다가 주민들의 도움요청을 받고 그 현장을 달려가는 장면의 묘사와 시체발견 당시의 묘사는 가히 글로써 얼마나 잔혹함을 전달할 수 있는지 공포감의 극대화를 표현함에 있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이 시체의 외관으로는 카츠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몸에 난 상처가 예전 카츠라기가 다친 상처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잠정적으로 이 시체는 카츠라기의 시체로 파악하여 수사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일행의 여성의 행방불명 그리고 그 시체가 과연 카츠라기의 시체일까..........라는 의문이 흑사의 섬 이야기를 태풍이 몰아치는 소설 속 내용과 중복되어 빠르게 이어져 나간다.
그리고 ‘진료’가의 아들 둘의 죽음이 진료가의 상속과 더불어 서술되어지면서 사건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오노 후유미의 잔혹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을 만든다.
※ 여기에서 무시 할 수 없는 요소는 일본신앙과 관련된 미신의 이야기다.
위와 관련 일본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이며 자주 등장하는 신앙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데 오노 후유미의 능력인가 다른 책에서는 가끔 거부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흑사의 섬>은 자연스레 이야기에 흘려 들어가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갈 수 있었다.
또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모든 추리소설에는 다양한 인간들이 소개되고 그들의 관계가 이어져 있다. 그러한 관계와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그들의 위치가 혼동되기 마련인데 ‘오노후유미’는 <흑사의 섬>에서도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연상시키는데 큰 능력이 있다. 물론 그러한 반복이 지루함을 주지 않고 시기적절하게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까지 보장하니 그녀의 탁월한 능력인 듯싶다.
범인을 초반에 예측하였고 그 예측이 물론 틀렸네요.
여러 가설 중 한 가지는 맞아서 뿌듯하기도하고,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추리의 전개는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은 야차도라는 섬의 마을사람들의 공통된 심리를 표현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을 남겨봅니다.
P. 315 ‘어른은 여러 의도나 계산에 의해 거짓말을 하죠. 악의는 없더라도 인정이나 의리가 거짓말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