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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평점 :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운문보다는 산문이 익숙하고 읽기 쉽기 때문이다. 시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있어서 꺼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압축적이고 난해한 시를 내게 친숙하고 가깝게 만들어준 것은 '어머니'라는 세 음절 단어였다. 책 제목만으로 이 시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의 동창생입니다.' 띠지에 있는 이 문구이다. 지금 내 나이 서른넷,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머니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모두 어머니학교에서 성장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보고 듣고 만지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이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근본이 되고 바탕이 되었다. 어머니의 검소함과 성실함을 본받고 자식에 대한 굳건한 믿음, 희생정신을 고맙게 여겼다. 내 삶의 판단의 기준은 학교에서 배운 수학공식, 영어단어에 있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것들에 있다.
시집 속에는 어머니의 삶,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의 믿음, 어머니의 한이 담겨 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웃기도, 울기도, 서글프기도, 그립기도 했다. 시가 시로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읽고도 내 머리와 마음 속에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그림이 그려지고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나왔다.
막내동생이 중3학년 때, 학생회장이 되어 마을의 자랑거리 아들이 하루는 나쁜 짓을 했다고 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머니는 단숨에 학교로 달려갔다. 교장이 전출 되는 전교조 교사를 배웅하는 아들을 빨갱이로 몰았다. 어머니는 이에 당당하게 맞선다.
<중3 빨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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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엄니들이 우리 애 살려달라고
어미 아비가 무식해서 잘못 가르쳤다고
소파에서 내려와 무릎 꿇고 조아리는 거여.
그래 일자무식한 어미가 한마디 날렸다야.
내가 학교 문턱이라곤 니들 운동회하고 졸업식 때 가본 게 다지만
아버지한테 구박받으며 배포 하나는 두둑하게 키웠지 않냐.
큰놈부터 막내까지 삼남 이녀가 몽땅 이 학교에 적을 뒀는데
그간은 빨갱이가 한 놈도 안 나왔다. 큰애는
사범대학 나와서 선생까지 하는 데 유독 막내 놈만 빨갱이가 됐냐?
학교 교육은 최종적으로 교장 선생님이 책임지는 거 아니냐?
잘못은 교장 선생님이 해놓고 왜 겁주고 윽박지르냐?
내가 교육청하고 신문사에다 죄 따져볼 거다. 쏴붙이고는
둘러보니께, 무릎 꿇고 있던 엄마들은 다시 소파에 앉고
그치들은 똥통에 빠진 생쥐마냥 날 빤히 건너다보는 겨.
결국 교문 밖까지 극진하게 배웅받았지.
너도 애들 잘 가르쳐라. 칠판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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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학교에서는 칠판이 필요 없다. 책으로 배우지 않는다. 이 시집을 읽다 보니 내가 어머니 품에서 성장하면서 어떻게 배우고 익혔는지 옛 일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서른을 훌쩍 넘긴, 장성한 아들이지만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내 가장 훌륭한 스승인 어머니. 늘 건강하게 오래 사시어 내게 끊임 없는 가르침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