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 - 세상의 모든 아들과 아버지를 위한 시간
빈센트 스태니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맛있는책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아버지는 한국의 보통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하시다. 그리고 나 또한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어려서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말을 쉽게 붙일 수 없었고 자라고 나서는 아버지에게 말 붙일 일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묻는 말이라고는 밥은 드셨냐,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가 서로 어색해서 전화를 끊는다. 우리나라 부자 가운데 나와 내 아버지만 유독 이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데면데면한 사이가 최선은 아니지만 어느덧 말 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졌고 남들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딱히 나와 내 아버지와의 관계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상한 아버지를 그리워하거나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궁금증은 있다. 내 아버지는 자상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셨으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셨는지, 이와 비슷한 종류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런데 머리에만 그릴 뿐이지 아버지와 만나서 이런 물음을 직접 물어본 적은 없다. 일년에 몇 번 고향집에 내려가면 아버지는 가족들 대화에 끼지 않으시고(가족들이 아버지를 따돌리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안방에서 티비를 보신다. 그렇다고 내가 살갑게 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붙일 주변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은 그냥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의 저자는 아버지를 잃고 난 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에 평소 메모한 것들 엮어 책으로 냈다. 200페이지가 조금 못 되는 분량 중 90% 가까운 양이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열거한 것이고 나머지 10%가 에필로그와 역자의 후기로 되어 있다. 한 페이지에 질문 하나씩 적혀 있으니 책에는 약 180개의 질문이 있는 것 같다. 책의 디자인 자체는 이쁘고 다이어리 같지만 여백이 많아 일반적인 책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의 어떤 의견이나 경험을 이 책에서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해봤음직한 것들이다. '맨 처음 나를 품에 안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좋은 아버지의 조건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등 이러한 종류의 질문들이 이어진다. 어떠한 질문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내가 저자의 아이디어를 잘 활용하여 내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고 내 아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저자의 질문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 나름대로의 질문지를 작성해보라고 조언한다.

 

질문과 정답에 익숙해져서 이 책이 낯설게 느껴졌다. 굳이 이 책을 사서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은 독자에게 너무나 큰 숙제와 부담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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