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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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독립운동사를 교과서를 통해 배울 때 사회주의자나 아나키스트에 대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대첩이나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처럼 일본군에 맞서 승리한 싸움을 간략하게 소개한 정도에 그친 게 전부였던 기억이 든다. 그리고 반공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과서에서 사회주의자들의 부정적인 부분만을 서술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노선이든 공과 과가 있을 터인데 소위 좌파라 여겨지는 세력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이 그 당시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상세히 소개하는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사>는 그런 바램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공산주의는 해외에서 중국 상해파와 러시아의 이르쿠츠크파 두 세력으로 시작되었다. 보통 사회주의 운동이라 하면 계급투쟁운동으로 인식 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주의 운동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 탓에 민족해방 투쟁운동으로 인식이 강했다. 우리나라의에서 사회주의는 민족해방투쟁운동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민족해방이 목적이라면 상해파든 이르쿠츠파든 국내파든 공동의 적인 일제에 맞서 싸워야 했는데 그들은 목적은 한반도 내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민끼리 싸웠으니 일제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다. 코민테른도 조선의 민족해방보다는 한반도의 공산주의화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쉽게 뿌리 내릴 수 없었다.

 

아나키즘 운동사는 사회주의 운동사보다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아나키스트는 '무정부주의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아나키즘에 대해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아나키즘은 '없다'와 '지배자'라는 뜻의 합성어이긴 하지만 각 개인/지방/조직이 자유롭고 동등한 권리 속에서 서로 연합해 정부를 구성하자는 것이지 정부 자체를 부정하는 사상은 아니라고 한다. 서로 돕고 의존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협력하지 않은 종은 결국 도태되고 사라진다는 것이 아나키즘의 기본 철학이다. 일제가 민족해방 투쟁운동을 하는 무리 중에 가장 두려워한 쪽은 아나키스트였다. 직접행동을 표방하는 그들은 총과 폭탄으로 일제에 직접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일제를 몰아내고 혁명을 완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죽기살기의 자세로 폭력으로 맞붙어야 투쟁을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개량주의 노선자든 외교독립론자들은 직접행동주의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아나키즘 운동가들은 일제에 가장 극단적으로 저항한 세력이었고 적잖은 타격을 주기도 했지만 힘대힘으로 맞서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기에 목적 달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교육은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실시되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잘사는, 대동사회를 꿈꾸었다는 점, 그리고 해외 이론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 전통에 서양의 장점을 수용하여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일본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만주를 침략했던 일본의 군인들이 어떻게 길러졌는지, 그 전쟁기계들이 어떠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나타난다. 일본 언론은 무력침략을 찬양했고 일본 천황은 침략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또 중국의 마지막 황제 부의는 관동군의 꼭두각시 놀음의 노리개 역할을 자처했다. 유명한 김좌진 장군이 어떻게 아나키스트와 연대했는지, 어떻게 공산주의자에게 살해되었는지를 다룬 내용은 전에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부분이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파 부자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이덕일 소장의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상세히 기술하기 때문에 인명, 지명, 사건을 따지며 읽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사실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노력은 감수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요즘 같이 친일 교과서로 국론을 어지럽히는 때에 우리의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분명히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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