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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ㅣ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정도전
治典冢宰所掌也(나라는 재상이 다스리는 것이다). 왕을 앞에 두고 이런 주장을 할 정도의 배짱을 가진 그가 부러우면서도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생전에 그의 개혁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의 업적은 사후 빛을 발했고 이제 와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허구보다는 사실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려고 했다. 그의 사상과 업적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으며,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한 것까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그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진 않는다.
정도전은 천출인 어머니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 또래 아이들보다 출중한 능력을 가졌지만 사회는 그의 능력보다는 배경을 먼저 보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고 차별과 불평등한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꿈을 키우게 된다. 그는 허무맹랑한 꿈을 꾼다고 남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런 배포로 개경 최고의 미인과 혼인을 하기도 한다. 재상이 되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꿈은 그가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더 확고해진다. 생각하는(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그는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능력을 키웠고 늘 기회를 기다렸다.
大義滅親. 그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가장 머리 속에 되뇌었던 말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까이 있는 사람도 제거할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생각 때문에 결국 그도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 멀어지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정도전이 대업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급진적인 개혁이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급진적인 변화는 늘 기존의 세력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고려말 권문세족과 부딪혔고 새로운 나라가 일어나서는 왕권을 비호하려는 세력과 부딪혔다. 항상 반대세력과 힘싸움을 달고 다녔던 그가 대업을 이루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무모한 일을 이루고자 한 그가 오늘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변화를 바라면서 또 거부한다. 사람들은 게으르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밖으로 변화와 개혁을 말하면서도 막상 세상이 변하고 자신의 이권이 축소되면 그 변화를 막으려 한다. 정도전은 우리나라 역사상 몇 안 되는 기득권자이면서 개혁을 추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의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서 쓰지 않고 수많은 백성을 위해 쓰고자 했다. 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 힘있는 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사상과 무모함에 힘이 되어준 사람이 적었고 배반하는 자도 있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그가 꿈꿔온 대업을 이루기 위해 계획한 바를 밀고 나갔다. 이런 점이 그를 높이 사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란 어렵고 외로운 일이다. 더군다나 힘있는 자들과의 싸움은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어려서 같이 공부하고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 멀어지고, 결국엔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길을 택한 그가 가엽게 느껴진다. 어쩌면 나는 이숭인과 같이 글이나 읽고 술이나 하면서 시를 읊조리는 삶을 살고픈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그의 급진적인 사상이 무모하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시대에서 그런 급진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면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십중팔구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백성을 위한 길을 선택했던 정도전.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