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야생중독
이종렬 지음 / 글로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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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야생중독

짧은 글, 긴 여운. 초등학교를 다닐 때 빼고서 이렇게 그림이 많은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었을까? 활자 중독에 빠져 어디를 가던 간에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에도 읽을 거리를 들고 가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이런 내게 아프리카 야생중독은 눈을 호강시켜주는 책이었다. 푸른 들판과 파란 하늘, 그리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야생의 동물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글을 읽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야생다큐멘터리 연출가이자 야생사진작가이다. 아프리카에서 다큐멘터리를 몇 편 찍다가 아프리카가 좋아서 아예 짐을 싸서 아프리카로 이사를 했다. 2010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탄자니아의 모든 국립공원 오프로드에 출입을 허락 받고 다큐멘터리와 사진 촬영료를 면제 받았다고 한다. 이는 탄자니아에서 2번째라고 하니 그가 얼마나 아프리카를 사랑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생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힌다. 그럼에도 약자들이 계속 개체를 유지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백수의 왕 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도 사자가 다른 동물들에게 먹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들개나 하이에나에게 사자가 희생당하기도 한단다. 늙고 경쟁에서 밀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숫사자들이 들개 무리에 당하기도 하고, 어미 사자가 잠시 사냥을 나간 사이 하이에나들은 새끼 사자들을 습격한다고 한다. 어린 사자들이 하이에나에게 물려 죽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 또한 야생의 법칙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약자라고 해서 항상 당하고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책에 따르면 하이에나들이 어린 사자들을 물어 죽이는 건 나중에 자신을 위협할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마음이 아픈 것보다는 생존의 문제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아프리카에 오래 살았고 어느 누구보다 야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책에는 전문지식이나 접하기 힘든 동물의 사진이 있는 게 아니다. 글을 보면 유아적인 지식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고 사진은 희귀동물 보다는 친숙한 동물의 천진한 모습을 담겨 있다. 참 보기 좋게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겸손하다고 해야 할까? 아주 잘 알고 있는 지식이거나 친한 친구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오히려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아주 겸손하게 아프리카에 오래 살았지만 아직 아프리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그러나 너무 좋아서 이곳에 오래 있고 싶다고 한다.

요즘은 무언가 가르치고 깨우쳐주려는 책보다 ‘아프리카 야생중독’과 같은 책이 좋다. 그냥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게 있기 때문이다. 야생의 짐승이나 인간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어차피 인간도 남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남을 물어 뜯고 밟아 오르려고 한다. 인간세계도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하지 않는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문구는 없지만 착하고 남을 돕고 자연을 아끼면서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어린 사자들과 순박한 아프리카 원주민, 그리고 천상 자연을 좋아하는 저자의 글을 보니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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