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자키 리츠코 (Ritsuko Okazaki) - for RITZ
오카자키 리츠코 (Ritsuko Okazaki) 노래 / 이엠아이(EMI)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새롭게 태어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변해갈 수는 있으니까
Let's stay together 언제나...
-from 「For 후르츠 바스켓」


오카자키 리츠코씨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고삼 신분으로 허덕이고 있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For 후르츠 바스켓」. 불면 꺼질 듯한, 독특한 목소리의 보컬이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에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나중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작사와 작곡도 전부 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고, 이름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심심찮게 접하는 그분의 노래들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Ritz만의 컬러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노래방에 가도 제일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알고, 절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희망과 삶이 아름답다고, 사랑을 하는 당신과 당신의 사랑은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가사들은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안온함을 주었지요. 그야말로 날개가 떨어진 천사가 지상에서 노래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랬기에... 가장 가냘픈 목소리로 가장 강렬하게 삶을 노래했던 리츠코씨이기에 갑작스런 소천은 어설픈 팬인 저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헛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황당해서 현실감이 없더군요. 하지만 들려오는 자세한 내막은 안타까운 사연뿐이었습니다. 조금만 자신의 몸을 돌보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걸.
그래서, 뜻하지 않게 이 분의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만 [For Ritz]는 제게 있어 가장 기다려지는 음반이었습니다. 제게 어렵고 힘들어서 흔들리는 순간마다 노래로 위안이 되어주고 음악으로 삶은 아름답다 깨우쳐주신 리츠코씨가, 자신의 삶을 불태워가며 이끌어낸 선율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병상에서 그 분이 들은 음악은, 부른 노래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지금에서야 겨우 예의 음반이 도착했습니다. 비도 오고, 번개도 치지만, 무지개도 뜨고 해도 다시 뜨는 한편의 동화같은 자켓 디자인. 가녹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음반 속에 담긴 따스한 선율, 부드러운 노래들. 그리고 살아가라는 메시지.
두 번째 트랙인 「I'm always close to you」를 듣다가 눈앞이 뿌옇게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한 작별인사는, 아까운 아티스트가 갔다며 안타까워하기는 했어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던 리츠코씨를 단숨에 제 곁으로 끌어다 놓았습니다. 그래요. 떠나더라도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에 담은 마음은 영원히 여기에 남아있겠지요.
그녀는 천사였던 게 아닐까요. 천상에서 불완전한 지상으로 떨어져 너무 많은 절망을 보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다가... 그 안에서 하나님이 지상에 베푸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노래로 전하려 애쓰던 날개 잃은 천사. 그 옛날 톨스토이의 동화 속에서 미하일이 깨달았던 그것처럼 말이예요.
헤어지게 된 것에 슬퍼말고 만났던 사실에 기뻐하라는 모 아저씨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어쩌면 그녀는 이제 원래 있어야 했을 곳으로 돌아간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너무 빨리 리츠코씨를 거둬간 하나님을 원망할 게 아니라 잠시나마 그녀를 지상에 허락해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살아갈 거예요. 그것이 당신과의 약속.


정말 미안해 갑자기 헤어지게 되었어
지금은 좀 그래 쓸쓸하지만
슬프지는 않아 언젠가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
약속해줘 내 바램은 단 하나
살아가 그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해선 안돼
그것이 가장 멋진 삶이야
- from 「I'm always close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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