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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솔로몬의 위증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3권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드디어 발매된 이번 주말에 책을 받아서 오후 4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그 자리에 앉아 한번에 읽어버렸지요. 예전에 <모방범>을 따로따로 받았다가 2권 마지막을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 “3권 내놔아!”라고 소리지른 기억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과오(?)를 두 번 범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전부 다 읽은 다음에는 제 심정을 대변해줄 리뷰를 찾아서 인터넷을 헤맸는데, 아직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대체로 1권 리뷰뿐이더라구요. 찾다찾다 못해서 그냥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일단, 충분히 재밌습니다.
재밌긴 한데,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로서는 <모방범>이나 <화차>에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권이 제일 재밌습니다. 특히 노다가 ‘계획’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제가 추측하기에는, 재밌게 잘 읽었는데도 묘하게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 작품의 클래이맥스가 어딘가 불발탄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솔로몬의 위증>에는 소위 ‘충격적인 결말의 카타르시스’라는 게 없습니다. <모방범>에는 클래이맥스에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있었고(‘너 이 새퀴 드디어 잡았다!’ 하는), <화차> 때는 어쩔 수 없는 슬픔과 부조리함이 있었지요(‘언니 흑흑 왜 그랬어요 엉엉’ 하는). 하지만 <솔로몬의 위증>이 쫓는 소위 ‘진상’은 2권서부터 대충 윤곽이 드러나고, 3권쯤 되면 아예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치 어긋남도 없이 독자의 눈앞에서 진행됩니다. 이렇게 되니, 분명히 전개되는 과정이나 상황은 재밌게 읽었는데도 뭔가 강렬한 ‘한방’이 없는 것만 같은, 영 후련하지 못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운 겁니다. (적어도 미스터리로서는 그렇습니다)
가면 갈수록 가관에 아수라장인(그리고 빨리 범인을 잡아서 비틀어버리고 싶어지는) <모방범>과 달리, <솔로몬의 진상>의 난리통은 1권에서 이미 정점을 찍습니다. 1권이 제일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나머지 2, 3권은 아수라장을 수습하면서 우리가 다 아는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이거든요. 물론 미미 여사 특유의 탁월한 필력과 입담, 그리고 매력을 아주 통으로 들어부은 것 같은 모 캐릭터(마성의 간바라군이라든가) 덕분에 결말로 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진상이라는 게, 모두를 구원하겠다는 주인공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를 위해서 너무 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클래이맥스쯤 가면 좀 지치는 감도 있습니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지?’하는. (물론 열세 시간 연짱으로 읽다보니 정말 신체적으로 지쳐서 그랬던 거일 수도 있긴 합니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미미 여사의 책이라서 이러는 걸까요? 만일 신인이나 무명인 작가의 책이었다면 반응이 좀 달랐을까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 추를 맞춰보려 해도, 볼륨이 너무 두껍습니다. 이렇게까지 두꺼운 분량의 미스터리물을 접하게 되면 당연히 독자로서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퍼시픽림>이나 <트렌스포머>를 보러 갈 때의 기대와 <죠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러 갈 때의 기대가 같을 수는 없는 거죠. 같은 미미 여사의 작품이라도 <모방범>을 펼칠 때의 기대와 <나는 지갑이다>를 읽을 때의 기대가 다른 것처럼요. 그런데 다 읽고 보니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성장소설로서 완성도가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초밥집에 와서 맛있는 떡볶이를 먹은 것 같은 묘한 기분인거죠.
역시 과한 기대는 모든 문화생활의 적입니다. 이 작품에 제일 어울리는 타이틀은 <모방범을 잇는…> 운운이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청소년 소설(혹은 성장소설)>일 것 같습니다.
ps 1. 1권에서는 꼴도 보기 싫었던 오이데나 여드름양을 어떻게 끌어가는지를 보자니,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서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2. 우리 교장 선생님 까지 마세요 엉엉엉
ps 3. 가시와기가 잘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