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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도서관 - 책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인자 지음 / 싱긋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책키라웃으로부터 협찬받아 서평한 책입니다>
도서관을 떠올리면 아직도 ‘조용히 공부하는 곳’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삶은 도서관>은 그 이미지에 먼저 X표를 그어 버리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공공도서관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도서관 노동자’.
프롤로그의 제목처럼, 이 시기를 “프라이드 에이징”이라고 부릅니다.
늙음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존감으로 받아들이며
더 깊어지는 삶을 향해 걷는 시간이라는 뜻이지요.
이 책은 그 시간 동안 도서관에서 마주한 얼굴들을
‘서가’라는 장에 나눠 담아낸 기록입니다.
1부 ‘웃음의 서가’에는
“‘젓가락 살인’은 우리 도서관에 없습니다”나
“민원은 뚱땅땅 상권” 같은 제목만으로도 웃음이 터지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책 제목을 잘못 듣고 벌어지는 소동,
사소한 민원에 지치다가도 웃음이 나오는 순간들이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 있어
도서관의 ‘뒷모습’을 처음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2부와 3부에서는 도서관이 얼마나 인생의 단면을 그대로 비추는지 보여 줍니다.
28번 사물함에 매일 가방을 넣는 사람의 사연,
“올바른 성별을 입력하세요”라는 문구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순간,
도서관 노동자에게 씌워진 오해와 실제 업무의 간극까지.
특히 “도서관 노동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부분은
그동안 ‘사서’라는 직업을 얼마나 단순하게만 상상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코딱지 파는 아이들’ 에피소드였습니다.
만화책을 읽으며 무심코 코를 후비는 아이를 보고,
동료가 다가가 자기 코를 만지며 손가락으로 X표를 그려 보이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아이를 직접적으로 창피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보고 있어”라는 신호만 조용히 보내는 그 몸짓이
너무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이의 손이 더 이상 코로 가지 않았다는 뒤의 묘사에서,
도서관이 규칙만 들이대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는 ‘생활 교실’이기도 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전체적으로 문장은 어렵지 않고,
짧은 에피소드 하나씩 끊어 읽기 좋아
퇴근 후 틈틈이 읽기에도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읽고 나면 마음속에는
“나이 들어간다는 건, 이렇게 누군가의 사연을 더 많이 품게 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잔잔한 문장이 남습니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분들,
나이듦을 새롭게 정의해 보고 싶은 분들,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에세이’를 찾는 분들께
조용하지만 오래도록 남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