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2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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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권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 소설은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흔히 『토지』를 “한국 근현대사 대하소설”이라고 부르지만,
12권에 이르러서는 역사가 배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사람의 선택과 감정의 결이 차지한다.

선과 악, 옳고 그름, 충절과 배신 같은 이분법은
이 소설 안에서 자주 무너진다.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비겁해지고,
누군가는 신념 때문에 잔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누구도 쉽게 단죄하지 않는다.

“검정과 흰빛으로 구별 지을 수 없는 것이 인간사”라는 문장이
12권을 관통하는 정서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늘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그 기묘함 속에서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권에서 더욱 선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토지』 12권은 이야기의 중반부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가장 깊이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읽을수록 서사가 아니라 인간을 기억하게 되는 소설.
그래서 이 작품은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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