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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마켓 - 하버드가 분석한 1조 달러 우주 시장의 비밀
매슈 와인지얼.브렌던 로소 지음, 고영훈 옮김 / 페이지2(page2) / 2025년 12월
평점 :
《인피니트 마켓》은 우주 산업을 “꿈”이 아니라 “시장”의 언어로 해석해 주는 책이다.
저자들은 지난 20년간 발사 비용이 급락하고 위성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상을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는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참여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우주에서도 지구 경제에서 보던 것과 같은 수요·공급, 경쟁, 투자, 규제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우주 비즈니스를 “시장 구축 → 시장 정교화 → 시장 조율”이라는 3단계 프레임워크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로켓 발사와 위성 같은 인프라를 깔고(시장 구축), 그 위에 통신·지도·관측 서비스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붙고(시장 정교화), 마지막에는 우주 쓰레기, 궤도 혼잡, 국제 규제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율 단계로 넘어가는 흐름을 차근차근 보여 준다. 스페이스X, 플래닛, 애스트로스케일 등 실제 기업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우주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어느새 ‘경제학 사례집’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지점은, 이 책이 “우주에 투자하면 부자 된다” 식의 자극적인 메시지 대신,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 준다는 점이다. 우주 관광, 위성 인터넷, 우주 쓰레기 제거 같은 키워드가 왜 ‘돈 되는 사업’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위험과 규제 이슈를 안고 있는지도 함께 짚어 준다. 덕분에 우주 산업을 단순한 테마주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서서히 커질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게 된다. 
미국주식·미래 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우주 경제”라는 말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우주공학보다 경제·경영에 가깝게 쓰인 책이라, 숫자와 구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