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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0월
평점 :
사랑을 통해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지만 사랑은 또한 열정, 고통과 같은 뜨겁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수반한다. 사랑의 긍정성도 사랑의 부정성도 모두 다 사랑의 본질이다.
그러나 좋은 것만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에로스는 사라져간다.
내가 겪게될 고통과 상처를 무릅쓰고 상대에게 온전히 향할 때 진정한 내가 돌아온다. 진실된 사랑이 온다.
(44) 사랑은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의 주도권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밑도 끝도 없이, 우리를 급습하고, 우리에게 상처를 입힌다. 할 수 있음이 지배하는 성과사회, 모든 것이 가능한 사회, 주도권과 프로젝트가 전부인 사뢰는 상처와 고뇌로서의 사랑에 접근하지 못한다.
(50) 사랑은 피치노에 따르면 ˝전염병 중에서도 최악의 전염병˝이다. 그것은 ˝변신˝이다. 사랑은 ˝인간에게서 고유한 본성을 빼앗고 그에게 타인의 본성을 불어넣는다.˝
(59) 에로스의 힘은 무력함을 함축한다. 무력해진 나는 스스로를 내세우고 관철하는 대신, 타자 속에서 혹은 타자를 위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자는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지배자는 자기 자신을 통해 타자를 장악하지만, 사랑하는 자는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각각 자기 자신에게서 걸어나와 상대방에게러 건너간다. 그들은 각자 자기 안에서 사면하지만 타자 속에서 다시 소생한다.˝